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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맬서스의 유령
흔히 말하는 진화란 좀더 단순한 것에서 좀더 복잡한 것으로 분화되는 것이며, 이로써 좀더 나은 것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이 상식화된 진화론이 다윈보다는 스펜서나 헤켈의 이론이라는 건 이젠 널리 알려져 있다. 다윈의 이론에서 진화란 발전이나 진보가 아니며, 정해진 방향성이 없다. 거기서 진화란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는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살아
글: 이진경 │
200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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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안티조선’, 점검이 필요하다.
노회찬 당선자가 조선일보 노조의 초청으로 강연한 것을 두고 마녀사냥이 벌어졌다. 오마이무현과 열린우리겨레가 선봉에 섰다. 언론노조와 인터넷 매체들도 분기탱천했다. 열린우리당 의장이 조선일보와 인터뷰했을 때에는 찍소리도 못했던 분들이다. 박영선 대변인이 안티조선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해도 군소리 없던 분들이다.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줄줄이 디지털 조선에 데뷔
글: 진중권 │
200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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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그래도 그들은 살아 있잖아
이달 초, 집에 우환이 있어 한 닷새 정도 신문, 방송, 인터넷을 통 볼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일을 치르고 나서 보니 세상은 온통 이라크에서의 미군에 의한 포로학대로 시끌벅적했다. 공개된 사진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요즈음 식의 귀엽고 깜찍한 ‘엽기’가 등장하기 이전의 역겨운 ‘엽기’가 컴퓨터화면을 가득 메웠다. 그렇지 않아도 큰일을 치르고 멍해진 내 머
글: 한홍구 │
200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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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어린이날을 위하여
서양에서 어른과 구별되는 ‘어린이’란 관념이 발생한 것은 17세기경이었다. 어린이가 어른과 달리 순진무구하고, 그래서 오염되기 쉬운 존재라는 생각이 나타났고, 그 결과 어린이를 어른들로부터 분리하여 교육시키는 새로운 학교들이 생겨났다. 이전에는 아이들이 일을 해야 하는 경제적 대상이었다면, 그때 이후 점점 껴안고 입맞추고 싶은 정서적 대상으로 바뀐다. 그러
글: 이진경 │
200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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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현대판 제단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패션’은 ‘열정’이 아니라 ‘수난’이라는 뜻이다. 어린 시절의 다락방이 기억난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영어성경이 있었는데, 동판 혹은 펜화로 그려진 삽화가 딸려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 나를 사로잡은 것은 예수 수난의 장면이었다. 17세기 바로크 사람들은 성당 벽에 걸린 잔혹한 순교의 그림을 걸어놓고, 거기서 은밀한 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처럼 ‘수난’
글: 진중권 │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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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팔루자, 쥐떼, 그리고 광주
또 쥐떼가 나타났댄다. 1980년에는 한국이더니, 이번에는 이라크의 팔루자랜다. 미군 합참의장 리처드 마이어스란 자는 미군이 지난 3월31일 발생한 미국 경호회사 직원 4인의 시신손상사건의 범인 체포를 위해 팔루자에 들어갔지만, “우리가 찾아낸 것은 아직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거대한 쥐떼들의 소굴이었다”라고 말했단다. 1980년 8월, 광주의 학살자 전두
글: 한홍구 │
200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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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독서와 시험
종이 위에 글로 씌어진다고, 아니 모니터상에 활자로 박힌다고 모두 같은 글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서류와 책은 아주 다른 계통에 속하는 글이어서, 그것을 쓰는 데 아주 다른 능력을 요구한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나는 논문이나 책을 쓰는 데는 매우 숙련되어 있어서, 글 한편 쓰는 것은 별로 일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구계획서나 보고서 같은 서류를 작
글: 이진경 │
2004-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