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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티플레저]
[나의 길티플레저] 조는 것도 주님의 뜻이니…
일요일 오후.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오며, 난 또다시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기분이 되어버린다. 우리 교회에서는 예배가 끝나면 목사님이 복도에 서서 밖으로 나가는 성도 한명 한명에게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해주시는데, 난 오늘도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멀리 돌아 교회 밖으로 나온다.
아무래도 울어야 하는 쪽에 가까운 기분이다. 오늘도
200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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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티플레저]
[나의 길티플레저] 내 머릿속 환상의 그녀
지금부터 4년 전 가족과 육아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관심은 많았으나, 거의 실천하질 못했던) 나에게 ‘공동육아’와 ‘대안학교’의 학부모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일상생활의 변화를 동반했다. 내 방은 없어졌고, TV와 컴퓨터는 네 식구가 함께 생활하는 안방으로 옮겨졌으며, 거실은 아이들의 독서실이자, 놀이터가 되었다. 개인당 하루 30분 이상의 영상 관람과 컴
200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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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티플레저]
[나의 길티플레저] “쯧쯧, 간디가 상처가 컸군”
러셀(1872년생)은 며느리와 바람을 피웠다. 러셀의 손녀는 어쨌든 간에 그 사실을 두 사람이 감추려고도 하지 않은 건 너무 잔인한 일 아니냐고 하소연을 한다. 아인슈타인(1879년생)은 어려서 만나 자식까지 낳은 여자와 그 자식을 버렸을 뿐 아니라, 한때는 어떤 모녀를 동시에 애인으로 두고 한집에서 살기도 했다. 물론 그를 놓치고 싶지 않은 어머니 애인
200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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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티플레저]
[나의 길티플레저] 그래, 나 퐈순이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난 스타 또는 만화가의 팬클럽 회원이다. 심지어 팬클럽 부회장 선거에 떨어진 게 억울해서 분루를 삼킨 적도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일 때문에 그 당사자를 만나야 하는 자리가 생기면 오히려 절대로 가지 않는다. 밥 먹다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의 방송이 나오면 일부러 모르는 척하든지 그 세계에 상당히 어두운 척하는 어색한 발연기가 작렬
200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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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티플레저]
[나의 길티플레저] 삭제할테야, 딱 한판만 하고
좀 전에도 두판이나 했다. 또 40분을 낭비했다. 이게 ‘길티’는 분명한데, 왜냐고? 지금도 이렇게 40분의 허송세월에 죄의식을 느끼며 후회하고 있으니까. 근데 ‘플레저’는 맞는겨? 그거 하는 시간이 과연 내게 즐거움이나 쾌락을 주나? 여하튼 하니까, 후회해놓고 또 하니까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즐거움이 있는 모양이라고 추정한다. 근데 그게, 인지하지 못하
200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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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티플레저]
[나의 길티플레저] 먹는 걸로 장난치면 죽~는다
식당으로 들어간다. 물잔이 보이네. 플라스틱 흰빛 컵. 최악이다.
일전에 홀로 지방 소도시 어느 식당엘 들어갔지. 사람이라곤 홀서빙 아주머니와 수염이 안 예쁘게 자라난 40대 남성뿐. 누런 플라스틱 컵이 내 앞에 놓인다. 원래 하얀색이었을 컵이 포도즙이라도 담아두고 하루 동안 물들인 뒤 대충 헹구어낸 것 같은 상태가 됐다. 나는 비분강개하지 않고 말한다.
200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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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티플레저]
[나의 길티플레저] 농땡이치고 루비콘강 거너…
일요일 저녁의 사무실은 아무도 없었고 고요했다. 시나리오를 써야 했지만 <로마: 토털 워>라는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게임을 켰다.
남부 이탈리아에는 한니발의 군대가 캄파니아 지방에 머물렀고 북부 이탈리아에는 갈리아인들이 대규모로 남하해 왔다. 이런, 안팎의 위기였다.
게임 화면에는 이 어려운 시
2009-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