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1872년생)은 며느리와 바람을 피웠다. 러셀의 손녀는 어쨌든 간에 그 사실을 두 사람이 감추려고도 하지 않은 건 너무 잔인한 일 아니냐고 하소연을 한다. 아인슈타인(1879년생)은 어려서 만나 자식까지 낳은 여자와 그 자식을 버렸을 뿐 아니라, 한때는 어떤 모녀를 동시에 애인으로 두고 한집에서 살기도 했다. 물론 그를 놓치고 싶지 않은 어머니 애인의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푸르트벵글러(1886년생)는 미혼, 기혼을 가리지 않고 가능한 대로 연애를 했고 자식을 낳았으나, 이것을 자신의 남성적 우수성을 과시하고 인정받은 것으로 여겼으면 여겼지 죄책감을 느꼈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설명에 따르면 그 당시 자유연애란 그런 거였단다.
그런데 이들과 비슷한 시대에 살았던 간디(1869년생)는 열여섯 피 끓던 젊은 시절 자신의 정식 부인과 합방을 하고도 죄책감을 느꼈다. 왜? 합방을 해서 쾌락을 좇던 그 시간에 아버지가 죽었기 때문에. 그동안 극진히 간호를 했음에도 하필이면 그 시간에 아버지가 죽는 바람에 임종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물론 인도에는 서양만큼 자유연애 사상이 들어와 있지는 않았겠지만,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인데 인도 사람이라고 모두가 간디처럼 소심하게 그 정도 일을 두고 그런 죄책감에 시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유독 간디가 이렇게 죄책감에 민감한 심리구조를 가졌는지 흥미로운 추측거리다. 그러나 이보다 더 흥미로운 건 그가 이런 죄책감에 대처해나간 방식이다. 간디는 우선 이 사실을 공개했다. 우리가 이런 사실에 대해 아는 것도 그가 자서전에 써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죄책감을 털어내기 위해서, 면죄부를 얻기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외려 그 사건이 자신에게 평생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겨주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왜냐하면 이 문제에 대한 그의 답은 20년이 지난 36살 때 부인 카스투르바이와 성관계를 그만두는 것으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혹시 간디가 자서전에 그 이야기를 공개한 데에는 너희들 또한 교훈을 얻으라는 뜻도 있었을까?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간디는 자신이 부인과 성관계를 그만둔 것처럼 남들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간디는 한 서양 여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자식을 낳을 목적이 아닌 경우에 이루어지는 성적 결합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물었다. “그러면 성적 결합이 평생 서너번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냐?” 그러자 간디는 “바로 그거다. 서너명의 자식을 낳을 만큼만 함께 자고 그 뒤에는 따로 자야 한다”고 대답했다. 물론 그녀는 ‘쯧쯧, 어렸을 때 일이 상처가 컸군’ 하고 생각했다.
정말 상처가 컸던 때문인지 간디는 일흔이 넘어서, 살아서 성자의 반열에 오른 뒤에도(물론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 자신이 어린 시절 느꼈던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 이번에는 ‘신의 내시’가 되는 실험이라고 해서, 어린 처녀와 벌거벗고 한침대에 들어가 한이불을 덮고도 자신이 정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실험을 한 것이다. 주변이 들끓고 친한 사람들이 등을 돌리기도 했지만 간디는 이것이 진리와 관련된 문제라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희한한 인물인가?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열외로 취급하기 위해 성자라는 칭호를 붙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욕망 자체는커녕 욕망 충족의 사회적 의미를 반성하는 것조차 촌스럽게 여기는 사회, 그런 뻔뻔스러움이 투사되어 만들어진 괴물이 우리를 지배하겠다고 으르렁거리는 사회에서는 “그래, 나 이런 놈이다, 어쩔래?” 하는 식으로 대범하게 죄책감을 털어내지 못하는 이런 소심한, 소심해서 집요한 사람의 예가 외려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 나름의 독이 있음을 모르는 게 아니로되 혹시 세상이 이나마 지탱되는 것은 이런 소심한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아, 그런데 나의 길티플레저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왜 남의 길티플레저 이야기만 하고 있냐고? 그건 나의 길티플레저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길티플레저와 똑같기 때문이다. 남의 길티플레저를 엿보며 내 멋대로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는 거.
정영목 번역가. 옮긴 책으로 <눈먼 자들의 도시> 연작, <로드> <서재 결혼시키기> <책도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