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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장인의 흔적
카메라를 샀다. 무거운 일안반사식 카메라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즉각적으로 결과물을 보여주는 디지털카메라는 어째 좀 재미가 없었다. 이왕이면 필름카메라가 좋았다. 이왕이면 작고 가벼운 자동 똑딱이(Point & Shoot) 카메라가 좋았다. 어떤 동네 사람들처럼 일년 중 삼십일을 남프랑스 해변에서 여름휴가로 보내는 호사를 누리는 것도 아니니 이왕이
글: 김도훈 │
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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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세검정 고개 만두집, 붕어싸만코
출국하는 날 아침,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외할아버지가 오늘내일하신다는 말씀이었다. 연세도 많으신데다 몇번 위험한 고비를 넘긴 중풍 환자셨기 때문에 울먹이는 엄마 목소리가 내겐 더 불안하게 들렸다. 짐을 부치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면서도 정말 그냥 가도 되는 걸까 조마조마했다. 미국에 도착해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현진아, 할아버지 돌아가셨어. 진짜? 하고
글: 안현진 │
200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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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디어 양영희
12월2일 토요일 밤 <디어 평양>을 보았습니다. 내가 신뢰하는 동료들이 일찍부터 이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어쩌다보니 내 삶의 조건과 리듬에 맞춰 그냥 그날 밤 우연히 보았습니다. 극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대개 눈물을 흘렸는데, 그들과 섞여 있던 나는 문득 울음 말고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글: 정한석 │
200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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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칼럼있수다] 영화가 태어나는 곳, 그곳에 가고 싶다
언제나 현장에 가면 즐겁다. 웃는 얼굴로 반가워하는 스탭들을 만나는 일만큼 유쾌한 업무는 없다. 과거 시네마테크에서, 학교에서, 영화관에서, 영화제에서, 술집에서 마주쳤던 얼굴들과 마주 선다. 애써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민망한 순간도 잦지만 신경림의 <파장>에 나오는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즐겁다”라는 첫 구절처럼 아는 얼굴이 카메라를 메고,
글: 김수경 │
200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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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손 잡을 타이밍
면접 볼 때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는, 되도록 많이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인간들은 나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짧으면 5분 길면 20분, 그 짧은 시간에 주고받은 얘기가 그들이 나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전부다. 내 안에 A, B, C, D, E, F, G가 있다 해도, A만 말했다면 A만 알 것이다. A를 질문했을 때 스스로 영
글: 김나형 │
2006-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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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애인과 보낸 한철
어느 ‘감독과 독자와의 대화’가 끝난 뒤의 일이다. 핸섬한 감독에게 여자들이 줄을 섰고, 핸섬한 감독은 여배우에게 선물로 받은 몽블랑 펜을 꺼냈다. 나는 조금은 부러운 표정을 지은 채 왼쪽 눈은 몽블랑 펜의 궤적을, 오른쪽 눈은 건너편 행사용 탁자에 쌓인 망고 주스를 보면서, 망고 주스를 달라고 하면 그냥 선선히 줄까, 아니면 독자들 마셔야 하니까 안 된
글: 이종도 │
200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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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칼럼있수다] 햇살만큼이나 우리
주말에 남동생과 서점에 갔다. 모 공과대 기계항공우주어쩌구과 복학생인 남동생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독후감을 써내야 하는 교양수업 때문에 평소에 잘 안 사는 소설을 제 돈 주고 샀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나도 안 읽은 책이다. 우리는 근처 햄버거가게에 들렀다. 음식을 기다리며 책을 뒤적이다 내가 중얼거렸다. “역시 소설은
글: 박혜명 │
2006-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