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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중요한 건 카피다!
“워싱턴이 못생긴 사람들의 할리우드라면 할리우드는 단순한 인간들의 워싱턴이다.”라고 존 매케인이라는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말했다는데,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우호적인 할리우드를 “머리도 나쁜 것들이 잘난 척하기는” 하고 비꼬는 보수정치인의 다소 악의적인 농담이라 크게 신경 쓸 것 없다. 그런데 곰곰이 다시 생각하다보면, 그의 놀라운 통찰력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글: 조선희 │
200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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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버지니아
버지니아 울프, 로자 룩셈부르크, 장만옥.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매부리코라는 것. 앞의 두 사람은 매부리코임이 분명해 보이지만 장만옥은 아니라고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의 옆모습을 한순간 집중해서 보면 그가 매부리코임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장만옥은 아직 살아 있으니 어쩌니저쩌니 말을 못하겠고, 이미 죽은 앞의 두 사람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을
글: 강유원 │
200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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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황혼에서 새벽까지
사기 당하는 사람에게는 다 사기성이 있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언젠가 저녁 귀가 길에 여의도를 지나면서 신호대기 중이었는데 트럭 한대가 오른편에 바짝 붙더니 창문을 열고 운전기사가 소리쳤다. “제주옥돔, 광어, 전복 횟감 좋은 거 있어요. 주문받은 거보다 더 갖고 와서 창고로 돌아가는데 담배값하고 소주값만 주고 다 가져가세요.” 나는 주섬주섬 트럭 꽁무니를
글: 조선희 │
200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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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로자
현대전의 주역은 잘 훈련된 군인이 아니다. 세련된 유저 인터페이스로 설계된 장비들이다. 이것들은 수많은 밀리터리 마니아들- 이들을, 눈에 불을 켜고 사람을 빨리 많이 죽이려드는 전쟁광과 착각하면 안 된다- 을 열광시키고, 더러는 페티시의 수준으로까지 몰아넣기도 한다. 그런 물건들 중 하나가 헬기다. 유에스(US)가 자랑한다는 무슨 공수부대도, 그 자랑의 원
글: 강유원 │
200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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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작가님들 고생하시는 것에 비하면‥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 알림을 보다가 옛날 생각을 한다. 공모 마감 시즌이 되면 <씨네21> 편집실엔 커다란 ‘세멘봉투’를 든 외부인의 방문이 잦아진다. 이들은 편집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이 맞는 사람에게 “시나리오 공모 때문에 왔는데 어디다 내면 되죠?”라고 묻는다. 대답은 늘 똑같다. “거기다 두고 가세요.” 편집실 한쪽 테이블엔 봉투들
글: 조선희 │
200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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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영웅
<영웅>을 보고 나서 진짜 영웅이 누구인지를 따져보는 건 꽤 진지해 보이지만 별 소득없는 일이다. 무릇 무협지에서는 주인공만이 영웅이고, 그는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법이다.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온갖 영예와 희한한 것들을 남김없이 누린다. <영웅>에서 강호의 고수들은 얼어죽을 천하 타령으로 다 죽고 진시황만 살아남았다. 혹자는 진시황을
글: 강유원 │
200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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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그리고 야만은 계속된다
<게놈>(Genome)이라는 책을 쓴 매트 리들리는 “40억년이라는 지구 역사 속에서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큰 행운”이라고 했다. 그는 생명과학 전문가답게 특히 우주의 가장 위대하면서도 놀라운 비밀인 DNA와 게놈을 발견한 시대에 태어난 걸 감사해했다. 그럴 만도 하다. 만일 1세기만 앞서 과학자로 태어났다면, 그는 십중팔구 다윈의
글: 조선희 │
2003-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