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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공포심의 노예가 될래,말래?
로션이 떨어져서 화장품가게에 갔더니 점원 아가씨가 로션을 팔고나서는 다른 상품들도 권한다. 이거 한번 써보세요. 요즘은 이렇게 비누도 크림 형태로 나오지요. 아직도 딱딱한 비누로 세수하세요? 어쩌나, 피부가 거칠고 빨리 노화되는데. 집에 자녀는 몇이시죠? 아이들은 특히 피부가 약해서 빨리 비누를 바꿔주셔야 돼요.초등학교 다니는 딸에게 ‘*** 영어교실’을
글: 조선희 │
200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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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손
“그의 손이 내 팔을 부드럽게 스치더니 무릎에 놓인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우리 사이의 좁고 어두운 공간 속에서 내 손가락을 감싸쥐었다. 내 머릿속에는 오직 이 생각뿐이었다. 그래, 너무 좋아. 난 오직 이 순간을 원했고,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아. 손을 제외한 내 몸은 온통 차갑고 어두운 껍질처럼 느껴졌다. 생명은 내 손목에서 시작되고, 손바닥은
글: 강유원 │
200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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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발
사람은 이성적 존재라고 하지만 그건 희망 사항일 뿐이다. 사람이 이성적 존재라면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겠는가. 아니 차라리 이성적 존재가 아닌 게 나을지도 모른다. 사방에 이성적 존재라면 정말 재미없는 세상일지도 모르니까. 사람이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는 증거를 멀리서 심각한 데서 찾을 필요도 없어 보인다. 별거 아닌 일에 열받고 발끈하고 그것 때문에 인
글: 강유원 │
200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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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사회가 협조를 안 해주네
어느 저녁, 초등학교 5학년짜리 딸이 <동갑내기 과외하기> 비디오를 빌려왔다고 보자고 한다. 굳이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보자고 한다. “워낙 구하기 어려운 비디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몇번이나 비디오가게에 갔다가 모두 대여 중이라 허탕쳤는데 자기 친구가 운좋게도 마침 반납하는 비디오를 만나 빌려왔다고 해서 친구들끼리 돌려보는 중이라는 제법 긴
글: 조선희 │
200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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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몸
신체발부는 수지부모요로 시작하는 고리타분하기 이를 데 없는 옛날 가락이 있다. 몸, 터럭, 피부, 즉 우리 몸이 부모로부터 받은 거라는 뜻인데, 이건 곧이 곧대로 읽은 경우다. 누가 모르나, 부모에게 받은 거, 인간 복제한다 해도 최소한의 것은 받아야 하는데. 그런데 이게 속뜻은 만만치 않다. 부모에게 받은 것이니 잘 간수해야 한다는 거면 좋은 거고, 나쁘
글: 강유원 │
200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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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야곱
가톨릭 교도라 하면 그래 하면서 놀라기부터 한다. 그런 고결한 신앙을 가진 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게다. 그러면서도 더러 세례명을 묻는 이가 있기는 하다. 야고보다, 야곱, 제이콥이다. 냉담자요, 배신자인 마당에 이제 와서 한때의 성당 편력을 들먹여서 무엇하겠으며 신앙이 어떠니 경건함이 저떠니 해봐야 뭐하겠는가마는 어쨌든 신앙이라는 게 거추장스러운 짐일
글: 강유원 │
200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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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좋은 제작자 한 사람이―
솔직히 말해서 나는 시장(市場)이 마음에 안 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은 모든 상품에 대해 생사여탈권을 갖는 최종심급의 법정이다. 하지만 이 법정은 공정하지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도 않고 의리라는 것도 없으며 어른에 대한 예의조차 없다.시장이 공정한 법정이라면, 촬영만 11달 걸리고 후반작업에 5달 동안 공들인 <화산고>가, 제작발표회 한 지
글: 조선희 │
2003-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