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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황금광시대
말해 봐, 돈으로 안 되는 게 뭐가 있나? 마이크 마이어스를 닮은 친구 L은 술만 마시면 땀을 흘린다. 어리버리, 땀 흘리는 오스틴 파워를 감상하는 기쁨에, 나는 종종 그를 꼬드겨 술을 마신다. 취기가 오르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땀의 양은 많아지고, 혀가 꼬이면서, 뭐랄까 이번엔 닥터 이블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닥터 이블이, 나에게
글: 박민규 │
200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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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문필가
직업을 가지면 골치아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직업’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그것이 성립되어 있음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이 골치아픔은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관계의 문제라 할 수 있다.우리가 어떤 이에게 무슨 일을 ‘부탁’한다면, 그가 그 일에 관한 한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그 일을 해주면 고맙고 안 해주면 섭섭할 뿐이다. 부탁인
글: 강유원 │
200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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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디 엔드
나는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게다가 옛날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자막 한복판에- 크게, 필기체의 ‘The End’가 두둥실 떠오르는 장면을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한다. ‘The End’라니! 그러니까 팝콘을 씹으며, 나는 얼마나 ‘두둥실’ 떠올랐던가. 옛날에는. 그러니까, 옛날에는 말이다. 그리고굳이 옛날 영화가 아니어도, 모든 영화는 끝이 난다. 그것이
글: 심은하 │
200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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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법률가
서준식- 이른바 ‘젊은이’ 중에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그렇다 해서 그들의 장래가 어두운 건 아니라고 확신한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은 2002년 3월에 출간된 <옥중서한> 머리말에 “체제내화”라는 말을 몇번 썼다.“나는 이런 세태가 고통스럽다. 출렁이는 국가주의의 물결, 탈정치화의 거대한 에너지, 그리고 군사독재와
글: 강유원 │
200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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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크리스마스 악몽
또다시, 크리스마스다. 노엘이 울려퍼지고, 1년 만에 돌아온 소년은 또다시 북채를 잡는다. 라 팜팜팜팜. 별들은 내려와- 점멸하는 쇼윈도의 장식등이 되거나, 혹은 광장과, 상가와, 교회와, 집과, 백화점의 중앙분수대 근처에 선 크리스마스 트리의 잔가지 끝에- 위태롭게 매달린다. 스모그의 대기를 뚫고서, 별들은 어떻게 이 땅을 찾았을까? 스모그의 대기를 뚫고
글: 박민규 │
200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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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정치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 유토피아론의 원조격이라 할 플라톤의 대화편 <국가>에 나오는 정치가는 재산이 없다. 재산은커녕 처자식도 공유해야 할 판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 끊을 게 없어서 재산을 끊고 처자식을 끊나. 그게 순 독재지 어디 유토피아냐 싶다. 우리는 이것을 세상 물정 모르는 철학자의 철없는
글: 강유원 │
200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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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영어완전정복
안녕 조지. 나는 소년이고, 학생이란다. 나는 중학생이고, 한국인이지. 취미는 독서와 음악감상, 그리고 숙제를 잘해. 참, 나는 13살이지. 이곳은 밤인데 그곳은 낮. 그래서 이 편지가 무사히 가길 바래. 감사해. 매우, 매우.그 시절엔 누구나 해외펜팔을 했다. 학생잡지의 광고란엔 어김없이 펜팔의 광고가 실려 있고, 그곳엔 환한 치아를 드러낸 채 활짝 웃고
글: 박민규 │
200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