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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몇가지 이별
해운대 해변 같았다.
지난 주말 어느 멀티플렉스에서 경험한 영화 <해운대>의 관람 풍경이다. 살짝 해수욕장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시간대마다 매진이었는데, 가족 단위 관람객이 특히 많았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신경이 거슬렸지만 참아줄 만했다. 문제는 영화가 중간쯤 지나서부터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이들이 줄줄이 들락날락거렸다. 팝콘과 함께 거
글: 고경태 │
200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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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폭력의 역사
앗, 저 사람이 누구더라?
<바더 마인호프>의 엔딩 크레딧을 보다가 원작자 이름에서 눈길이 멎었다. 슈테판 아우스트. 어디선가 들어본 게 틀림없었다. 기억이 불쑥 떠오르진 않았다. 그냥 유명한 작가이겠거니 하고 넘기려는데 불현듯 7년 전 일이 머리를 쳤다. ‘맞다. <슈피겔> 편집국장이다.’ 2002년 1월,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글: 고경태 │
200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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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야한 영화
“아해가야하다고그리오.”
이상의 시 <오감도> 1호를 비틀어보았다. 본래는 “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다. 같은 구절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난해한 시다. 식민지 시절의 문인 이상이, 자신의 시 제목과 같은 2009년 영화 <오감도>를 본다면 “야하다”고 읊조릴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주변 지인들 중엔 그렇게 평하는 이가 드물었다. 영화평론
글: 고경태 │
200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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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킹콩 & 사이코
그 어감은 호감이다.
발음이 ‘맛있는’ 몇 가지 외국말을 골라본다. 첫째, 사이공이다. 베트남 남부지방의 도시 이름이다. 어원은 불분명하다. 맨 뒤 ‘공’자를 길게 늘여뜨려주면 더 좋다. 입에 착 달라붙는다. 향락의 거리를 거니는 아오자이 입은 여인이 떠오른다. 아마도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에 가끔 등장하던 옛 남베트남 수도의 영화(榮華)가 오버랩돼서
글: 고경태 │
200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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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판사님을 부탁해요
검사는 봤는데 판사는 못 봤다.
한국영화엔 가끔 검사 캐릭터가 등장한다. 대부분 꼴통처럼 나온다. <넘버.3>의 마동팔 검사(최민식), <공공의 적2>의 강철중 검사(설경구) 모두 그렇다. 평범하고 점잖은 검사는 없다. 그럼 판사는 어떠한가. 한국영화에서 아직 만난 적은 없지만,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본다. 늘 신중하고 냉정한 모습?
글: 고경태 │
200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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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스폰서…
박찬욱 감독도 한때는 영화평을 쓰며 먹고살았다. 감독 입봉하기 전의 일이다. 그때 그에겐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고 한다. <박찬욱의 오마주> 서문에서 밝힌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첫째, 한국영화는 건드리지 않는다. 둘째, 외화라도 극장 개봉을 즈음해서 발표되는 리뷰는 안 쓴다. 셋째, 욕하고 싶은 영화라면 차라리 아예 다루지 말자.” 여기저기
글: 고경태 │
200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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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게임, 아니 사냥
타계한 배우 고 박광정이 첫 주연을 맡았던 영화가 있다. 2007년에 개봉한 김태식 감독의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라는 작품이다. 박광정은 극중에서 바람난 아내와 그 애인에 분기탱천하는 도장가게 주인으로 나온다. 영화가 시작되고 오프닝 타이틀이 오르기 전까지, 카메라는 조각칼로 도장파기에 열중하는 그의 모습을 클로즈업해 꽤 길게 보여준다. 작업을
글: 고경태 │
2009-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