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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악마, 엄마
김순경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마더>의 줄거리를 처음 접했을 때, 직감적으로 어떤 이미지 하나가 떠올랐다. 구치소에서 막 풀려난 아들과 엄마의 감격적인 포옹을 클로즈업한 사진이었다. 다시 찾아보니, 1993년 12월17일자 <한겨레>에 실린 거였다. 이듬해 한국사진기자협회 보도사진전 뉴스 부문에서 수상한 덕에 여러 매체에 실려
글: 고경태 │
200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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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다운로드, 실크로드
영화스틸이 없으면 비디오가게로 갔다.
1994년의 일이다. 당시 내가 일했던 매체에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숨은비디오찾기’라는 연재를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소개하는 칼럼이었는데, 늘 사진자료가 문제였다. 찾다찾다 못 찾으면 서울 강남의 어느 유명한 비디오대여 체인점으로 달려갔다. 명작으로 분류되는 옛날 비디오를 많이 구비했던 곳이었다. 그곳 사장
글: 고경태 │
200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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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촛불소녀의 재림
‘촛불시위 1주년 기념 영화.’
아무도 그런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다. 그냥 나 혼자 붙여보았다.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영화는 최근 개막된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이다. 아직 전주에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미리 볼 기회가 있었다. 영화의 표면을 구성하는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와 여고생의 만남은 MB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글: 고경태 │
200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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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전주에서 빚지다
스리랑카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 제목이 <꿈속의 미래>다. 재미있을까? 옆자리에 50대 서양인이 앉았다. 갑자기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 관람 중에 졸던 제천영화제 서양인 심사위원 말이다. 웬걸, 이 아저씨도 영화 시작 5분 만에 코를 곤다. 30여분간 아주 푹 주무신다. 신경이 쓰여 자꾸만 힐끗거렸다.
글: 고경태 │
200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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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그녀의 피날레
2005년 9월의 어느 날이었다. 안면이 있는 경남 진주시의 한 인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진주의 지역신문 편집국장 자리가 공석인데, 좋은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했다. 딱히 떠오르는 인물은 없었다. 잊고 지내다가, 일주일 뒤 어느 결혼식장에서 잘 아는 선배였던 그녀와 마주쳤다. 얼굴을 보자마자 진주에서 걸려온 그 전화가 퍼뜩 떠올랐다. 그녀의 고향이
글: 고경태 │
200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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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참 힘들죠잉?
스팸에 살짝 전율했다.
얼마 전 후배가 특이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35세 주부입니다. 삶이 참 힘드네요. 시키는 것 다 할게요. 080XXXXXXX.” 발신번호로 미루어 음란통화를 유도하는 문자메시지였다. 고단수 낚시질인 줄 뻔히 알면서도 멈칫했다. 웬지 서글펐다. 얼굴도 모르는 ‘그녀’의 슬픔이 뭉클하게 다가와서가 아니다.
글: 고경태 │
200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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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욕의 이해
‘똥파리 좆나 솔직하게 날다.’
이번호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처음엔 이런 제목이 달렸다. 양익준 감독의 새 영화 <똥파리>를 소개하는 기사(92~95쪽)에서였다. 글을 쓴 기자가 마지막 문장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욕으로 버무렸고, 편집기자가 이를 과감하게 제목 문장으로 올려서였다. ‘졸라’도 아니고 ‘좆나’라…. 영화의 대사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글: 고경태 │
2009-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