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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공주님, 부산에서 봐요
이게 다 공주님 때문이다.
방콕에서 캐주얼 구두를 샀다. 신고 간 운동화로는 공주님을 먼 발치에서조차 알현할 수 없었다. 행사 주최쪽은 ‘엄중한 정장’을 요청했다. 남성은 슈트 상의와 하의의 색깔이 일치하고 넥타이를 매야 했으며, 여성은 무릎 밑까지 내려가는 치마를 입어야 했다. 대충 슈트 상의만 걸치고 간 터라, 현격하게 기준 미달이었다. 아무튼 넥타이를
글: 고경태 │
200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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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저녁약속 있으세요?
“일주일에 저녁약속은 몇번이나….”
가끔 그런 질문을 받는다. “글쎄요”라고 말끝을 흐리다 “한 2~3회 정도”라고 대답한다. 마감날인 수·목을 제외한 월·화·금에 주로 저녁약속을 잡는 편이다. 그렇다면 ‘저녁약속’이란 무엇인가. 저녁식사만 하고 헤어지는 약속일까. 아닐 가능성이 높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사회에서 그것은 본래의 의미보다 더 확
글: 고경태 │
200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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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아파서 힘든 영화
그녀는 백혈병에 걸렸다. 그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 그녀는 암에 걸렸다(무슨 암인지는 모르겠다). 그는 루게릭병에 걸렸다.
우연히도 요즘 ‘심란한 영화’들만 줄줄이 보았다. 개인적으로 심란한 영화란 극중 인물들이 대책없는 병에 걸렸을 때다. 특히 사랑하는 이의 시한부 인생을 지켜봐야 하는 가슴 저린 영화다. 차라리 잔혹하고 끔찍한 살인을 여과없이 보여주
글: 고경태 │
200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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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국’을 사랑하나요?
kill the Gook for God.
얼마 전 20세기 현대사를 다룬 어느 외국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눈길이 멎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 미군의 철모에 적힌 글자 때문이었다. 매직으로 쓴 영어 문장을 우리말로 옮기면 “신을 위해 국을 죽여라”였다. 미군들이 ‘국’이란 말을 널리 썼다는 사실을 익히 알았지만 실제 영상으로 보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국’이
글: 고경태 │
200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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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푸른제비…
최근 <황금시대>를 통해 영화배우로 ‘데뷔’한 진중권씨는 경비행기 마니아다. 그의 블로그 메인 화면엔 비행기 사진이 크게 떠 있다. ‘논객 진중권’의 날카로운 독설과 함께 ‘비행기 조종사 진중권’의 다소 감상적인 비행일기도 만날 수 있다. 바람과 구름의 변화, 이륙과 착륙의 순간들이 위태롭거나 담담하게 펼쳐진다. 잇따라 대학에서 퇴출당하는 그의
글: 고경태 │
200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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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징징거리지 마라
눈이 번쩍 뜨이는 책을 발견했다.
얼마 전 사무실에서 책 담당 이다혜 기자의 책상을 지날 때였다. 수북이 쌓인 책더미에서 제목 하나가 눈길을 잡아당겼다. <징징거리지 마라>. 아니, 그 말은 내가 우리집 아이들에게 입이 닳도록 하는 잔소리가 아닌가. 필이 번개처럼 왔다. 마침 아홉살 난 딸아이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때라, 장난삼아 그 책을 선
글: 고경태 │
200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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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야마 또는 엣지
야마가 돌아,
라고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설사 MB정부 하는 짓에 야마가 돌아도, 다른 표현을 찾는 게 옳다. 비속어다. “MB정부에 야마가 있는가”라고 묻는 건 한결 낫다. 두 야마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처음 잡지를 만들 땐 그 용어가 생소했다. 선배들은 툭하면 말했다. “기사에 야마가 없잖아.” “그 기획은 야마가 분명하지 않아.” 알아보니,
글: 고경태 │
2009-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