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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88만원 감독의 심장
수면제를 먹었다.
“이상한 낌새만 있어도 아파트가 떠나가도록 고함을 질렀다. 포커스가 맞지 않아서 계속 엔지가 났다. 결국 열번의 테이크가 나오자, 배우도 지치고 연기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화를 냈다. 마지막에는 ‘컷’을 외치자마자, 오케이 사인을 내리지도 않은 채 촬영을 종료했다. 그날은 결국 수면제를 먹어야 잠들 수 있었다.
글: 고경태 │
200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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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여배우여, 쓰자
“하얀 원피스를 입을 거예요.”
한비야씨가 쓴 에세이집 <그건 사랑이었네>를 뒤적이다가 눈길이 멎었다. 배우 김혜자씨의 말을 인용한 대목이었다. “나는 배우니까 현장에서도 카메라 앞에서만은 배우여야 해요. 여기 참혹한 학살의 현장에서도 하얀 원피스를 입을 거예요. 하얀 옷이 비참한 현장과 극적인 대비가 될뿐더러 내 얼굴이 훨씬 예쁘게 나오니까요
글: 고경태 │
200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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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또 하나의 배틀
“이거 다큐멘터리로 한번 만들어보세요.”
8년 전 알고 지내는 방송사 시사프로 PD에게 아이디어를 내민 적이 있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주둔 지역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에 관해서였다. 관계자들의 증언과 미국 자료를 통해 진상의 얼개가 드러났지만, 남은 의혹이 많았다. 취재에 참여했다가 완결을 짓지 못한 아이템이었다. 방송으로 보도되면 반향이 더 클 것 같았
글: 고경태 │
200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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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기대에 부응하지 마세요
도의가 아니다. 알면서도 도의를 어겨야 할 때가 있다. 길게 보면, 도의를 버리는 게 결국 도의가 되기도 한다.
윤종빈 감독은 5년 전 도의를 어겼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군 당국에 사기를 쳤다. 군부대 촬영협조를 요청하며 제출한 ‘선·후임병간의 우정에 관한 시나리오’는 가짜였다. 실제 영화는 전혀 다르게 나왔다. 그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글: 고경태 │
200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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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안개 같은 질문
선배는 왜 이런 일을 하세요?
20년째 운동가의 길을 걷는 한 여자선배에게 물었다. 50대를 코앞에 둔 그녀는 학생운동, 노동운동, 시민운동을 두루 섭렵한 뒤 지금은 자신의 생활근거지에서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처음에는 멋져 보여서 시작했는데, 그 다음에는 갚을 게 많아서였고, 지금은 그냥 할 일이 자꾸 생기는 것
글: 고경태 │
200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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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굿모닝 차지욱 세대
굿모닝 친노좌파?
농담 같은 영화 비판을 접했다. 얼마 전 어느 MB스러운 주간지에 실린 글이다.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MB를 비하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정호(이순재)는 DJ를 암시하고, 차지욱(장동건)과 한경자(고두심)는 노무현의 분신이라고 했다. 어떻게 보든 자유다. 문제는 이 작품이 두 전직 대통령의 업적과 인간미를 찬양하면서 친노좌파적인
글: 고경태 │
200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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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낚시터에서 살아남기
낚시터에선 눈 뜨고 코 베어간다. 재난 수준이다.
요즘 ‘메신저 피싱’이 극성이다. 주변에도 피해자가 적잖다. 어느 언론사의 총무부 여직원은 팀장 아이디로 로그인한 누군가의 요청에 의심없이 100만원을 보냈다. 지방 출장 중인데 교통사고가 나 급히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부탁이었다. 상대방 계좌로 돈을 부치자마자 “점심 먹으러 가자”는 그 팀장의 목소리가 뒤편
글: 고경태 │
2009-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