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개편은 활자매체의 숙명이다. 지면이 관성화됨에 따라 지루함을 느끼는 독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활자매체들은 꽃단장을 한다. 개편은 거창한 목표들로 포장되지만 실상은 외양만 바뀔 뿐이다. 아무리 대폭 개편을 해도 <조선일보>가 <한겨레>로 바뀔 리 없고, (지금은 발행 중단 상태인) 월간 <말>이 월간 <경마>가 될 수는 없다. 소유권이 바뀐다거나 조직이 혁명적 변화를 겪지 않는 한 그 ‘알맹이’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창간 15주년을 맞아 <씨네21>도 새 단장을 했다. 이번 개편의 모토는 ‘보다 친절하게, 보다 재미있게, 보다 깊이있게’다. ‘친절하게’는 그동안 독자들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을 반성하자는 취지다. 문화적 핫이슈를 발빠르게 전하는 ‘Must 10’이나 영화의 뒷이야기를 풀어보는 ‘무비딕’, 영화·영상쪽 진출을 꿈꾸는 분들을 위한 ‘프로페셔널’은 이런 차원에서 만들어진 지면이다. 굳이 취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없을 ‘재미있게’에 해당하는 꼭지는 ‘시사중계석’이나 확장배치된 ‘가상인터뷰’ 등이다. ‘깊이있게’ 또한 <씨네21>이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철학적, 예술적, 과학적 개념들을 소개”하기 위한 ‘진중권의 아이콘’, 부산영화제의 김지석, 전주영화제의 유운성 프로그래머가 세계영화계의 흐름을 정리해주는 ‘시네마 나우’, 한국 독립영화의 현재를 조망할 ‘김영진의 인디라마’, 그리고 새 필진을 맞은 ‘전영객잔’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개편은 계속된다. 영화평론가 정성일, 허문영이 준비 중인 모종의 프로젝트와 이다혜 기자의 새 연재도 곧 개봉된다.
이번주부터 세번에 걸쳐 창간특집호가 나간다. 그 첫 번째인 750호에서는 ‘충무로 팔팔세대 50’을 간판에 내세운다. 지금은 ‘88만원 세대’라는 우울한 그림자 아래 놓여 있지만 머지않아 충무로에 ‘팔팔한’ 기운을 불어넣어줄 80년대생 영화인 50명을 소개하는 자리다. 이들을 보며 한국영화의 싱싱한 미래를 기대하시라. 임권택, 이창동 감독의 현장을 예리하게 관찰한 정한석 기자의 글과 여전히 논란거리인 20자평에 관한 김도훈 기자의 글도 적극 추천한다. 아울러 독립영화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기획된 연속기획 ‘앗! 독립영화’도 주목해주시길. 또 수익금 전액을 독립영화단체 지원에 쓸 창간 15주년 사진전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큰 폭의 개편이지만 독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바심도 나고 초조하기도 하다. ‘에잇, 이게 뭐야. 제대로 바뀐 게 하나도 없네’라고 불평하실 분들께는… 결국 <씨네21>은 <씨네21>이라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이제 앞서 너스레를 떤 이유를 아시겠죠?). 영화 그 자체에 정직하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는 ‘알맹이’만큼은 개편할 수 없다는, 조금은 궁색한 변명으로 15살 생일의 소감을 마무리한다. (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