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통해 예고했던 ‘파격적인 에디션’의 실체는 바로 이것이다. 무려 홍상수 스페셜 에디션! 홍상수 감독의 열 번째 장편영화 <하하하> 개봉을 기념해서 60여 페이지를 털어 그와 그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호는 스페셜 에디션답게 ‘스페셜 에디터’를 모셨다. 정한석 기자가 바로 문제의 스페셜한 편집장이다. 정 기자는, 아니 정 편집장은 수개월 전부터 예의 그 악필로 숱하게 메모를 하면서 이번 호를 준비했다. 그러니 스페셜 에디션의 각 꼭지가 어떻게 기획됐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정한석 에디터에게 듣는 게 맞을 것이다. 그의 에디토리얼은 홍상수 스페셜 에디션(이 잡지를 거꾸로 뒤집으면 나오는)의 첫머리에 실려 있다.
이번 스페셜 에디션은 1년 전부터 기획됐다. 그의 아홉 번째 장편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개봉을 앞두고 있을 즈음, 우리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특집을 생각했고 그러자면 책 한권을 터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거기에는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개봉 당시 ‘임권택 스페셜 에디션’을 만들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뜬금없다는 느낌을 지우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10번째 영화’를 기념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물론 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 소개된 단편영화 <첩첩산중>을 10번째 영화라고 부를 수도 있었지만 왠지 억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미 홍상수 감독이 신작 <하하하>를 제작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스페셜 에디션 발간 시점을 1년 뒤인 지금으로 잡게 됐다.
<씨네21> 독자라면 도대체 왜 홍상수 스페셜 에디션을 만들었냐고 묻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굳이 설명하자면 우선은 홍상수 감독이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그리고 위대한 시네아스트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홍 감독이 온갖 역경과 난관 속에서도 10편의 장편영화, 그것도 어떤 타협도 없이 자신을 온전히 쏟아내는 영화들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라고 본다. 스스로와 세상에 정직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태도야말로 그의 빛나는 존재 가치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모험이다. 대중적인 영화 주간지의 성격상 (흥행 성적으로 볼 때) 그리 대중적이지 않은 홍상수 감독에 관한 내용만으로 한권을 채운다는 건 걱정되는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는 확신한다. <씨네21>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모험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라고. 우리와 함께 홍상수 감독의 지나온 길에 박수를 보내고 그가 가야 할 길에 힘을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여러분도 <하하하>를 좋아할 것이라 확신한다. <하하하>는 그동안 홍상수 감독과 함께한 어떤 여행보다도 짜릿하고 즐겁고 감동적인 여행이다. <하하하>를 보고나면 이 말이 절로 나올지도 모른다. 성웅 홍 감독님, 고맙습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