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이 한국에서 한국 자본으로 5D영화를 찍는다, 고 뻥을 치려 했다. 만우절을 기념해서 말이다. 해외 언론들처럼 아예 만우절 에디션을 만들면 어떨까 상상하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남기남 감독의 200억원 규모 블록버스터영화 현장 방문기’라든가 ‘스케이트 액션영화 출연 결정한 김연아 인터뷰’ 같은 가슴 벅찬 기획부터 ‘영진위 사태 모두 해결, 조희문 위원장 영화계에 사과’, ‘충무로 다시 활황… 500만 관객 돌파 한국영화 벌써 10편’처럼 희망 섞인 뉴스 등등. 이걸 <싸네21>이라는 제호 아래 제작한다면…. ‘스파게티가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가 있다’고 보도해 만우절 농담의 획을 그은 1957년의 <BBC>라든가 왼손잡이용 햄버거가 출시됐다는 버거킹 광고를 실은 1998년 <USA 투데이>, (부시와 이라크전을 비판했던)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가디언> 등 업계 선배들의 위대한 발자취를 따라서!
만약 이 프로젝트를 현실화시켰다면 불만과 질타가 존재했겠지만(세상에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쓸데없이 핏대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나름 유쾌한 시도였을 것 같다고 추측해본다. 그저 거짓말 한번 해보자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 모두 기분좋게 낄낄 웃어보자는 차원이니까. 어쨌건 만우절 에디션 계획을 접는 대신 이 지면에서라도 만우절 거짓말을 해보려고 했다. 이를테면 당면한 지방선거에 시의원 후보로 출마할 계획이라면서 실존적 고민을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4대강 개발과 세종시 수정안의 관철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결의를 밝힌다거나, 뭐 그런 새빨간…. 그러고 나서는 혀를 날름거리면서 ‘메롱’한다는 게 애초의 시나리오였다. 이건 그러니까 지난주 이맘때까지의 이야기다.
주말을 지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천안함이 불의의 사고를 맞았고 최진영은 느닷없이 목숨을 끊었다. 여전히 맴돌고 있는 스산한 겨울공기 속에 슬픔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사소한 일로 시시덕거릴 때도 뒤통수가 저릴 정도로 말이다. 만우절이랍시고 농담을 던진다는 게 과연 정당한지 회의도 들었다. 괴롭고 슬프고 힘들고 복잡하고 어지러운 일이 늘상 벌어지는 한국에서 만우절은 정말로 사치일까. 농담이 곡해되고 유머가 얼어붙는 건 불가피한 일인가.
빨리 봄이 왔으면 하는 마음만 간절하다. 산과 들뿐 아니라 칙칙한 마음들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이 눅눅하고 무거운 공기를 벗고 활짝 웃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웃는 모습들을 보고 싶다. 그런 화사한 웃음들 속에서 농담이 농담으로, 유머가 유머로 받아들여진다면 행복하겠다. 내년에는 만우절 에디션을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면 개편을 앞두고 ‘그 요리’와 ‘나쁜 놈의 도’가 마지막 회를 맞았다. 두 필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