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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5월, 극장가도 푸르구나
문석 2010-05-10

<시>

<하하하>

<하녀>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에 이어 이창동 감독의 <>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5월13일 나란히 개봉된다. 칸영화제에 진출하는 한국 장편영화 4편 중 3편이 함께 극장에 걸리는 셈이다. 그동안 문제적 영화를 만들어왔던 한국 감독들의 신작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기회다. 게다가 이들 영화 모두가 명불허전이라는 말에 걸맞은 이 시대의 문제작이니 5월의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할 수 있겠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습이 본격화되는 터라 이들 영화가 스크린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크고 세고 비싼 놈들에 질려버린 관객이 현명한 선택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와 <하녀>를 보면서 두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어떤 무의식 또는 증후군 같은 것을 느꼈다. <>의 첫 장면은 도도히 흐르는 강물의 이미지다. 그리고 한 소녀의 시체가 떠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우리는 그 소녀가 높은 다리 위에서 강물로 몸을 던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녀>의 첫 시퀀스는 북적거리는 유흥가의 밤 풍경이다. 거기엔 악착같이 일하는 여성들과 슬렁슬렁 노는 여성들이 존재한다. 노는 여성들을 위해 이 악물고 일하는 ‘하녀’들의 존재가 드러날 무렵 신원 미상의 한 여성이 빌딩 위에서 투신자살한다. <>와 <하녀>에서 이 투신자살은 이야기를 출발시키는 동인이 된다. <>의 주인공 미자(윤정희)는 병원을 찾았다가 투신한 소녀의 시신과 운명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머지않아 이 시신은 추악한 세상의 질서를 드러내며 미자의 삶을 바꿔놓는다. <하녀>에서 훈(이정재)의 집에 입주하는 하녀 은이(전도연)는 그날 밤 떨어진 여성의 후임자처럼 보인다. 그건 그날 떨어진 여성이 훈의 하녀였다는 게 아니다. 자본주의의 순환고리라는 차원에서 볼 때 은이는 자살로 상실된 하나의 (여성) 노동력의 대체재일 뿐이라는 얘기다. 한 여성의 죽음으로 노동력에 빈자리가 생겼고, 하나씩 그 자리를 메우다 비워진 하녀 자리에 은이가 들어간 것이었으리라. 이후 은이는 치열한 계급투쟁을 시작한다.

그런데 왜 투신자살일까. 갑자기 그렇게 묻고 싶어졌다. 우리는 최근 1년 새 가장 충격적인 투신자살 사건 하나를 기억하고 있다.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벌어진 그 일 말이다. 시대에 민감하고 세상에 예민한 두 감독이 투신자살로 이야기를 시작한 게 단순한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그 불행한 사건을 떠올리며 상징화했으리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그것이 너무 거대한 충격이었기에 무의식적으로 그들의 영화에 스며들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어쩌면 ‘그날’이 다가와서 괜히 그런 생각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와 <하녀>, 그리고 <하하하> 모두 지금 이 시대의 공기를 꾹꾹 눌러담은 필견의 영화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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