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읽기]
가볍고 경쾌한 그러나 지독히 앤더슨적인 <펀치 드렁크 러브>
한번 놓치면 영영 따라잡지 못하리라.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 스크린에 시선을 집중할라치면 어느새 영화는 끝나버리고 형형색색의 ‘야한’ 무늬들만이 눈을 어지럽힐 것이다.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는 말 그대로 브레이크가 고장난 레이싱카처럼 질주한다. 고로 이 영화엔 사실 설명 따위는 필요없다. 이 어처구니없는 ‘미친 사랑’ 이야기에
글: 유운성 │
2003-05-15
-
[영화읽기]
혼란스럽지만,영리하고 보편적인 <어댑테이션>
찰리 카우프만이 각본을 쓰고 스파이크 존즈가 연출한 <존 말코비치 되기>는 코믹하면서도 머리를 쥐어짜게 만드는 이야기를 가지고, 추리를 즐기는 관객의 두뇌회전을 자극한 바 있다. 같은 팀이 만들어낸 대단히 영리한 후속작 <어댑테이션>은 자신이 사람들로부터 어떤 기대를 받고 있는지 지나칠 정도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웬만한 관객의
글: 짐호버먼 │
2003-05-15
-
[영화읽기]
제2의 각색,영화 자막 번역 이야기
올해 아카데미는 두편의 외국어영화 <그녀에게>(사진)와 <이 투 마마>를 각본상 후보로 올렸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스페인어 영화 최초로 오스카 각본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섬세한 번역이 없었다면, 보수적인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낯선 언어의 영화가 지닌 매력을 온전히 전달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에게>의
글: 박혜명 │
2003-05-15
-
[영화읽기]
버려진 아이의 신화, <오세암>
<오아시스>를 볼 때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오세암>을 보면서 흘러나왔던 개인적 체험을 일반화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더욱이 라이브액션영화와 애니메이션영화의 차이도 있으므로), 하여튼 다른 관객의 두눈에서도 예상되는 그 눈물은 대체 왜 나온 것일까, 곰곰이 돌이켜보았다. 그러자 이 애니메이션의 처음부터 미리 주어진 비극적 설정과 그
글: 김준양 │
2003-05-08
-
[영화읽기]
범작이 될 수도 없지만 걸작이 될 수도 없는 <살인의 추억>
봉준호가 그려낸 80년대는 죽은 여자들의 질 속처럼 컴컴했다. 범인이 사라지고 난 자리, 텅 빈 터널의 동공의 이미지는 죽은 여자들을 가둔 농수로의 텅 빈 공허와 곧바로 연결되어진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가,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가? 일종의 구멍으로서 현실을 제약하는 터널로서, 살인의 추억의 80년대 공기는 농수로의 질척질척하고 끈끈한 기운을 타고 죽은
글: 심영섭 │
2003-05-08
-
[영화읽기]
창작의 주체는? A FIlm By‥ 크레딧을 둘러싼 논쟁
극장에 불이 꺼지고, 영화의 막이 오르면, 이런저런 오프닝 크레딧이 뜨고 사라진다. 그 끄트머리에 긴 여운을 남기며 박히는 크레딧이 있으니, 바로 ‘A FIlm By…’(아무개 감독의 영화) 라는 ‘인장’이다. 그런데 최근 할리우드에는 이런 유형의 크레딧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영화가 공동 창작 예술이라는 인식이 업계 내에, 그리고 감독들 사이에도 널리
글: 박은영 │
2003-05-08
-
[영화읽기]
비평가들의 마음바꾸기, - 어제는 범작, 오늘은 수작?
예측 불가능한 대중의 감응지점을 포착하고, 그 빠른 변화의 길목에 이정표를 세워야만 하는 저널리즘 비평의 태생적 속성은 때로 정확한 통찰의 시간을 갖기 어려울 만큼 물리적 긴급함에 얽매이게 된다. 이런 와중에 생겨나는 성급한 판단과 오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평론가 시절 명쾌한 직관으로 나쁜 영화와 좋은 영화를 분류해내던 프랑수아 트뤼포조차 몇달 사이에
글: 정한석 │
2003-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