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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개편전야
○○○ 시인이 개편호부터 들어갈 짧은 에세이를 보내왔다. 며칠 전 디자인 작업을 위해 전화로 몇 가지를 물었는데, 구구절절 말로 설명하기가 답답했던 모양이다. 이미 써둔 원고가 있으니 참고하라며 일종의 샘플 글을 내주었다. 메일에 달린 첨부파일을 열면서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이었다. 기대가 큰 만큼 불안도 컸다. 다른 동료들과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비밀
글: 이영진 │
201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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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마법의 도서관
한겨레신문사 5층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과거엔 도서관 안쪽에 또 다른 방이 하나 더 있었다. 오래된 신문들을 연도별로 모아놓은 자료실이었다. 가장 오래된 신문은 1961년 무렵의 것으로 기억한다. 설 혹은 추석 합본호를 만들려고 하면, 무슨 이벤트처럼 30, 40년 전 한국영화에 관한 기사들을 써야 했는데, 그때마다 이 자료실을 들락거렸다. 옛날 신문
글: 이영진 │
201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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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Delete & Reboot
“1984년인가, 1985년인가에 디스켓에다 저장해놓았던 게 분명한 내 작품 <푸코의 진자>의 첫 번째 버전을 절망적으로 찾다가 결국 실패한 일이 있어요. 타자기로 쳐놨더라면 그것은 아직 남아 있을 텐데 말이죠.” <책의 우주>(2011)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컴퓨터와 같은 인공지능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다. 같은 책에서 대담자인 장 클로
글: 이영진 │
201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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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회피 말고 해법
2008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보수 성향의 국회의원들은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도마에 오른 건 영진위의 영화단체사업지원이었다. “국민들의 세금을 특정 이념 지향의 운동단체들에 지원하는 격이어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영화단체사업지원이 실제로는 이념적 조직들의 후원금으로 전용된
글: 이영진 │
201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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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홍상수 게임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을 개봉한 순서대로 쓰시오. 입사 시험에 이 문제를 내면 지원자 중 몇명이나 정답을 맞힐까. 많지 않을 것이다. <씨네21> 기자라면 쓱쓱 써낼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대뇌의 회백질이 비교적 덜 손상된 것으로 보이는 젊은 기자들에게 실제로 물어봤다. 아침마다 보양식을 챙겨먹는다는 김성훈 기자는 <생활의 발
글: 이영진 │
201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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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동정과 연민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영환. 그는 재일조선인이다.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선임연구원인 그는 2009년 서울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사카총영사관에 여행증명서 발급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경향신문> 2012년 12월10일치 사설 ‘무국적 동포 인권 누가 보호해줘야 하나’) “경찰청에서 신원증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씨는 조선적(朝鮮籍)을 지
글: 이영진 │
201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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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창(窓)과 창(創)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5대 국정목표를 훑어보니, 유독 창(創) 자가 많은 것이 대번에 눈에 띄었다. 일자리 창출의 창, 창조경제의 창, 창의교육의 창. 한자사전을 찾아보니, 창출(創出)과 창조(創造)와 창의(創意)의 ‘창’은 비롯하다, 시작하다라는 뜻을 지녔다. 상식적으로 무에서 유가 만들어지진 않는다. 기존의 것을 해체하고 다시 재구성해야만, 새로운 것이
글: 이영진 │
2013-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