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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공동운명
이영진 2013-05-06

꽃 구경보다 책 구경을 좋아한다. 여행을 가더라도 항상 그 지역에 있는 서점에 들른다. 대형서점이어도 좋고 작은 헌책방이어도 좋다. 서점이 맛집이고 명승지다. 외국에 나갈 때도 서점투어는 필수다. 딱 한번 못 갔는데 언제냐면 금강산 출장 때였다. 금강산에는 편의점도 있고, 사우나도 있었다. 그러나 서점은 없었다.

지난 주말에 전주에 갔다가 영화의 거리 근처에 있던 교보문고가 폐점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영화를 보고 인터뷰를 하다 짬이 나면 수시로 들락거렸던 휴식처였다. 7년 전 교보문고가 생기면서 중소 서점들은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렇게 들어선 대형 서점마저 이제는 사라졌다. 한옥마을 가는 길에 서점 하나가 남아 있다고 했다. 길을 잘못 들어 찾지는 못했다.

“멀티플렉스가 아니라 모노플렉스다.” 한국영화 블랙박스의 새 필자인 정윤철 감독이 <아이언맨3>의 스크린 독식에 관한 분노를 전해왔다. 그는 승자독식의 이 상황이 “할리우드의 압력이 아니라 한국 극장들이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자초한 일”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공정한 경쟁을 허용하지 않는 ‘강자의 횡포’는 승자독식인가, 아니면 독식승자인가. 한편에선 승자가 다 먹어치운다고 비난한다. 또 한편에선 나 혼자서 먹어치워야만 간신히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방호한다. 한쪽이 “같이 좀 먹고살자”고 아우성이면, 한쪽은 “우리도 먹고살기 힘들다”고 한숨이다. 비단 영화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어느 편을 들어야 할까. 번갈아 저울질하다 언젠가는 멀티플렉스들이 하나둘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상상에까지 이르렀다. 서점과 극장이 당장 똑같은 기로에 놓인 것은 아니지만, 수익률이라는 동일한 룰의 지배를 받는 데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고려한다면, 서점과 극장은 동일한 운명을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설마 극장 구경 하러 서울 가자는 무시무시한 날이 오진 않겠지. 이번호 꼭지마다 이런저런 근심들로 가득하다. 이 근심이 해법의 문을 두드리는 진통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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