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 조석변(朝夕變)이라 했다. 아침저녁이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변덕이 죽 끓었다. “언제 발표하나요?”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뜨끔했다. 결정되면 개별통보하겠다고 했으나 주초까지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뜸들이지 말고 미리 털어놓는 것이 좋겠다. 제18회 영화평론상 수상자는 아쉽게도 없다. 당선작을 뽑지 못했다. 마감일인 4월26일까지 접수된 응모작은 모두 42편. 지난해 66편보다 응모작 수가 20편 이상 줄었다. 지난 3년 동안 평균 응모편수가 50편 정도였으니 미리 낙담하진 않았다. 미지의 재능과 열정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예상과 달리) 국내외 작가 감독들이나 문제작들에 대한 비평보다는 비평의 제재로 삼기에 다소 의아해 보이는 영화들에 대한 관심이 컸다. 문제는 그 의아한 선택을 설득할 만큼 참신하고 도전적인 글들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 영화들의 무엇이 평론가 지망생들의 비평적 욕망을 자극한 것일까.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 궁금증을 풀어주는 글들은 적었다. 대부분의 글들이 영화 안에서 독창적인 의제를 끌어내는 데 게을러 보였고, 그 의제를 자기만의 활력으로 밀고 가는 치열함도 떨어졌다.”
17회 영화평론상 본심 심사위원들이 <씨네21>에 남긴 심사평이다. 이번엔 예심을 통과한 글들이 많지 않아 본심을 치르지도 못했다. 장슬기씨의 “침묵의 사냥: <더 헌트>”와 “매듭의 지속을 향하여: 양영희의 <가족의 나라>에 관하여”, 유한별씨의 “죽음에 저항하는 형식-구멍의 발견: <홀리모터스>”와 “영화 속 시간의 이상한 흐름: 시간을 찍는 작가들, 홍상수를 중심으로”, 송재상씨의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방법: <가족의 나라>”와 “아름다워지는 것보다 훨씬 더 찬란한 착란의 시간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을 중심으로” 정도가 언급됐고, 검토됐다.
당선작을 뽑지 못한 상황에서 응모작들에 대해 언급하기가 꺼려진다. 다만 응모작들에서 발분(發奮)의 기운을 느끼지는 못했다는 점은 전하고 싶다. 텍스트 주변을 빙빙 돌거나 텍스트를 뚫고 들어간다고 해도 이내 미궁에 빠진 글이 대부분이었다. 수상자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뛰어난 글쟁이, 성실한 영화쟁이를 만날 기회를 놓쳤다는 안타까움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며칠 고민하고 몇번 논의한 끝에 올해 하반기에 영화평론상 공모를 다시 진행키로 했다. 모두들, 발분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