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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오디세이]
[이도훈의 영화의 검은 구멍] 추락의 몸짓이 의미하는 것 - 1990년대 이후, 영화가 다루는 수직축의 세계
하늘을 머리에 이고 대지를 가로지르던 영화적인 움직임은 이제 구식이 되었다. 말을 타고 사막과 평원을 건너던 카우보이, 열차 위에서 모험을 즐기던 방랑자, 자동차를 타고 도심을 누비던 갱스터의 모습은 어느 순간 스크린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영토의 확장을 꿈꾸는 수평적 운동을 대신하여 창공을 지배하기 위한 수직적 운동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제 고층 건물의
글: 이도훈 │
202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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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리뷰] 그래서 사람들은 못 이긴 척, 새해마다 가족의 안녕을 기도한다,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
학급에서 1등을 도맡을 만큼 똑똑했던 엠(빌킨 푸티퐁 아싸라타나쿨)의 현재는 다소 낙담스럽다. 그에게 남은 것은 중독적인 게임 방송과 가족들의 모진 눈총.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를 간병한 뒤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은 사촌 무이(투 톤타완 탄티베자쿨)를 보며 엠은 조금은 비겁한 목표를 세운다. 암 판정을 받은 할머니의 간병을 자청한 것. 할머니의 아침 장사
글: 이자연 │
202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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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리뷰] 소재에 몰두해도 함몰되진 않은 드문 관점, <레드 룸스>
켈리앤(줄리엣 가리에피)은 인공지능 기술로 무장한 자신의 아파트 대신 거리에서 노숙하며 아침을 맞는다. 아침마다 켈리앤이 향하는 곳은 몬트리올의 재판정이다. 이곳에선 10대 소녀 3명을 살해한 후 자신의 범행을 생중계한 혐의로 기소된 뤼도비크 슈발리에(맥스웰 매케이브 로코스)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진행 중이다. 켈리앤은 법정의 방청석에서 뤼도비크를 옹호하
글: 정재현 │
202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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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리뷰] 필름 시대의 청춘을 그리워하는 노장의 회고, <싱글 에이트>
1978년 일본의 여름, <스타워즈>를 보고 감격한 고등학생 히로시(우에무라 유)는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 요시오(후쿠자와 노아), 사사키(구와야마 류타)와 함께 SF영화를 찍기로 결심한다. 영화의 제목은 <타임 리버스>로 우주에서 찾아온 인공지능이 인류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려는 이야기다. 히로시는 짝사랑하는 같은 반의 나츠미(다카이시
글: 이우빈 │
202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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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리뷰] 금기란 금기를 모조리 박살내겠다는 집요함,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
고요한 새벽, 밤하늘을 가르는 총성에 형제가 잠에서 깬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집을 나선 페드로(에지킬 로드리게스)와 지미(데미안 살로몬)는 숲속에서 심하게 훼손된 사체를 발견한다. 실마리를 쫓던 이들은 이웃집 아주머니가 악령이 들어 온몸이 썩어들어가는 아들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경찰과 교회 공동체는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글: 김현승 │
202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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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리뷰] 영롱하고 찬란하기도 하지, 행복을 아는 순진무구한 미소들, <너의 색>
고등학생 토츠코에게 세상은 몹시 알록달록하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성격, 분위기에 따라 각기 다른 색깔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름다운 색을 발견한 토츠코는 그 주인이 같은 반 키미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키미가 학교를 그만뒀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토츠코는 키미를 찾아나선다. 중고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홀로 기타
글: 이자연 │
202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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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리뷰] 마술적 리얼리즘부터 신화와 멜로까지 온갖 장르를 녹이는 용광로같은 야심, <바넬과 아다마>
서로를 세상의 전부라 생각하는 연인 바넬(카디 마네)과 아다마(마마두 디알로). 세네갈 북부의 한 외진 마을에서 사는 둘은 오래전부터 서로 사랑했지만 이제야 부부가 되었다. 이제 막 피어오른 둘의 사랑 앞에는 난관이 가득하다. 우선 둘이 사는 마을은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을뿐더러 오랫동안 이어진 사막화와 가뭄으로 인해 새벽부터 저녁까지 고된 노동이 끊
글: 김경수 │
202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