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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부끄러움이 고마움에게
2014년 한 미술관에서 전시할 때 나는 작은 화분 하나를 선물받았다. 분홍빛 리본에 ‘축 전시’라는 글씨가 매달려 있었다. 뜻밖의 선물에 몹시 부끄러웠다. 꽃을 건넨 이는 용산참사 유족이었다. 그는 화염이 치솟는 남일당 빌딩의 망루와 참사 뒤 오래도록 방치되었던 잔해를 찍은 커다란 사진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나는 다가가 ‘작품’을 ‘설명’하지 않았다
글: 노순택 │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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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방해와 박해의 여왕
지금 이 시간, 세월호가 올라오고 있다.
이 한 문장을 쓰고 나는 잠시 숨을 가다듬는다. 이 소식은, 이 문장은 이루 셀 수 없는 이들이 간절하게 ‘현재형’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었다. 지난 3년 우리에게 세월호는 ‘올라와야 한다’는 미래형 당위였다. 너무 많이 외친 나머지, 그토록 호소하고 울부짖었는데도 철면피 같은 권력자의 태도엔 변화가 없던 나머지
글: 노순택 │
201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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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K가 만든 그림자
귀신의 무서움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귀신은 나를 보는데, 나는 귀신을 보지 못한다. 거기서 소름이 돋는다.
귀신의 ‘보이지 않는 이미지’는 힘센 자들에겐 군침 도는 매력이기도 했다. 추한 권력일수록 자신을 신비로운 공포로 감싸고 싶어 했다. 물론, 제아무리 귀신일지라도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면 공포는 사라진다. 귀신은 ‘귀신도 곡할 노릇’을
글: 노순택 │
2017-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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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촛불은 인민 태극기는 국민
1949년 1월17일, 해안가 작은 마을에서 총성이 울렸다. 무장대의 습격으로 군인 두명이 죽었다. 시신을 발견한 마을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열명의 원로가 시신을 들것에 담아 군부대를 찾아갔다. 군인들은 흥분했다. 경찰가족 한명을 뺀 아홉명을 그 자리에서 사살했다. 그리고 마을을 급습했다. 가옥 400여채가 화마에 휩싸였다. 1천여명의 주민을 운동장
글: 노순택 │
201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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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그런 일은 없었다
모래를 밥 먹듯 씹으면, 그것을 모래로 느낄 수 없게 될까. 아닐 것이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면, 그것을 거짓으로 느낄 수 없게 될까. 그럴지도 모른다. 모래와 거짓의 어떤 차이점은 여기에 있다. 모래는 씹을수록 꺼끌댄다. 거짓은 미끌댄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 불리는 헌정농단 사태의 풍경을 지켜보면, 이들의 거짓말이 무척이나 확고함을 느끼
글: 노순택 │
201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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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이재용의 목을 꿰매면서
이재용씨, 나는 오늘 당신의 목을 꿰맸습니다. 나와 친구들은 우리 사회를 똥통에 처넣은 박근혜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두달이 넘도록 광장에서 싸우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겨울의 광장에서 먹고 자는 우리들은 파렴치한 검열에 항의하는 문화예술가들입니다. 당신들의 손아귀에 삶이 바스라진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노동자들입니다.
지난주, 커다란 두개의 천막을
글: 노순택 │
201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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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풍경의 교체, 풍경의 지속
2016년 11월19일 오후,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을 앞둔 광화문 네거리. 광장과 차도와 인도가 민주주의를 실천하려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기 전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두망에 3천원짜리 귤을 팔던 초로의 노점상은 울 지경이었다. 까만 점퍼를 입은 종로구청 단속반원들은 가차 없었다. 좌판이 걷어차였다. 떼구르르, 작은 귤들은 야속하게 흩어지며 차도
글: 노순택 │
2016-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