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씨, 나는 오늘 당신의 목을 꿰맸습니다. 나와 친구들은 우리 사회를 똥통에 처넣은 박근혜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두달이 넘도록 광장에서 싸우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겨울의 광장에서 먹고 자는 우리들은 파렴치한 검열에 항의하는 문화예술가들입니다. 당신들의 손아귀에 삶이 바스라진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노동자들입니다.
지난주, 커다란 두개의 천막을 개조해 ‘궁핍현대미술광장’이라는 소박한 전시장을 하나 지었습니다. 국립이 외면한 궁핍한 사람들의 이야기, ‘관’이 넘어뜨린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려는 ‘광장’의 이야기를 담고자 지은 전시장입니다. 하루 만에 벽을 세우고, 하루 만에 페인트칠을 하고, 하루 만에 작품 설치를 해치운 건 사실이지만, 그 하루를 만들기 위해 보낸 나날은 짧지 않았습니다.
이런 궁핍한 전시장에 당신을 초대한다는 건 궁상맞은 일이겠죠. 나는 당신을 관람객으로 초대하지 않고 작품으로 초대했습니다. 박근혜 헌정 농단의 최고책임자는 이재용, 당신이기 때문이죠. 박근혜, 최순실의 짬짜미로 국민연금이 3천억원 손실을 봤다고 합니다. 단지 손해일까요. 그것은 고스란히 당신 수익이 되었습니다. 순실을 후원한 ‘수백억 푼돈’으로 수천억 이득을 봤으니, 시쳇말로 개이득인 셈입니다. 부정축재죠. 당신의 공장에서 일하다가 직업병으로 죽어간 노동자와 가족에게 어떤 후원을 했나요. 우리는 압니다. 박근혜가 꺼져도 당신은 타오를 것입니다. 위임받지 않은 최고권력, 임기 없는 최고권력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의 권력이 회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당신을 작품으로 초대한 까닭입니다.
2012년 <타임> 표지를 장식했던 박근혜, 그의 조종자 최순실과 후원자 이재용을 담은 작품은 전시장 외벽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새벽, 누군가 예리한 칼로 작품들을 난도질했습니다. 아찔하더군요. 공교롭게도 당신과 정몽구 현대차회장은 목이 잘렸습니다. 끔찍하더군요. 우리는 새로 만들지 않고, 꿰매기로 했습니다. 여기는 궁핍현대미술광장이니까요. 유성기업 해고노동자 홍종인, 기륭전자 해고노동자 유흥희, 인권운동가 명숙과 나는 언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당신들의 잘린 목에 한땀 한땀 바느질했습니다. 광장의 노동자들은 말합니다. 우리를 파괴한 건 이재용이라고. 박근혜를 멈추게 해도, 이재용을 멈춰 세우지 않으면 우리 삶은 계속 파괴될 거라고. 모가지 잘려나간 노동자가 당신 모가지를 이어붙이며 되뇌는 이런 말, 어떻게 생각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