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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포도향 본젤라또의 추억
1984년(혹은 85년이었을 수도 있다). 초등학교 3학년, 9살의 나는 TV에서 흘러나오는 광고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유니폼을 입은 네명의 유령잡이들, 레이 파커 주니어의 신나는 주제곡, 붉은 드레스를 입은 시고니 위버. 나는 그 영화를 보고야 말리라 결심했다. 계획은 착착 진행되었고, 버스 노선도 익히고, 자금도 마련했다. 하지만 시내 극장까지
글: 김도훈 │
200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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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내 실수의 연대기
수습 시절. <춘향뎐> 개봉을 앞두고 민언옥 미술감독을 만났다. 어리버리 초보티 안 내려고 다소 거만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때 이미 30대 중반의 마스크를 갖고 있어서, 목소리를 깔아도 별로 어색하지 않았다. 30분쯤 지나, 잠깐 상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녹음기를 확인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녹음 버튼을 누르지 않았던 것이다. 무
글: 이영진 │
200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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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사운드 오브 매직
웬일인지 한달째 목소리가 들락날락한다. 누군가에게 말을 하면 중간중간 음절들이 목구멍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내 귀 안에서만 공명한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군데군데 이빠진 묵음들을 미루어 짐작하면서 듣는 셈이다. 냉방병일까, 말하기가 부끄러워 생긴 증세일까 갸웃거리다가 <여고괴담4: 목소리>를 봤다. 바로 이거야! 영화 주인공처럼 실제로 나는
글: 김혜리 │
200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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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배수아에 관한 단상
나는 소설가 배수아를 알지 못한다. 만나본 적이 없으니 차 한잔, 술 한잔을 나눴을 리 없다. 그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 것도 소설을 통해서가 아니라 1993년 그의 등장에 대해 평하던 말들이다. 또 한명의 신세대 소설가 탄생, 뭐 이런 유였다. 겁없는 도발의 이미지가 이미 넘치고 있던 터라 그랬을까. 애써 그를 찾아 읽지 않았다.
2003년
글: 이성욱 │
200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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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그곳에서 나는
그곳에서 나는 고양이이고 싶다. “슛 들어갑니다!” “조용!” 어떤 촬영현장에서건 슛 사인이 난 뒤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대로 멈춰야 한다는 불문율은 동일하다. 좁은 세트장에서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상황이라면,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다. 물론 각 파트의 감독들이 수정이 필요하다면, 배우가 아직 액션에 들어갈 준비가 안 됐다면, 갑작스런 ‘타임
글: 오정연 │
200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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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수박 한통의 감동
외국에 나가게 되면 무언가 교훈을 얻어오곤 했다. 외부자의 눈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데서 비롯되는 일종의 ‘반성효과’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하여튼 1996년 유럽에 다녀와서는 파란불로 바뀐 전방 50m의 횡단보도로 황급히 달려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유유자적 유럽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며 ‘한번 사는 인생 조급히 살아 뭐하나’라고 깨달았기
글: 문석 │
200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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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영화는 억울하다
지난해 새해 벽두에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모 경찰서 소속이라고 밝힌 형사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혜화동 노부부 살인사건을 아십니까? 구기동 살인사건은요? 그럼, 신사동 살인사건은요? 무슨 일이신데요? 세 사건 발생 직후에 해당 지역을 지나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저… 그런 적 없는데요. 아뇨, 모월 모일 모시에 모 버스를 타셨던데요, 또…
글: 박은영 │
200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