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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아프냐? 나도 아프다”
얼마 전 일본의 평화박물관 몇곳을 둘러볼 기회를 만들었다. 세계 최대의 전쟁기념관은 있으나, 아이들 손잡고 평화를 만지고 느끼고 숨쉴 수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는 현실 때문에 뜻맞는 몇몇 분과 평화박물관 건립운동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었지만, 정작 나 자신은 외국의 평화박물관을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평화박물관 가이드북이 나와 있을 정도로
글: 한홍구 │
200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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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도시계획가의 환상
유럽의 경우 르네상스 시대부터 도시에 대한 이상적인 형상을 꿈꿔왔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원형 내지 정방형의 도형 안에 번듯하게 뻗은 네 갈래 길, 그리고 방사상의 도로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로 만들어진 건 별로 없다. 그저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꿈꾸었을 뿐이다. 막강한 권력을 장악한 ‘절대군주’들이 들어서면서, 그들은 자신이 살고 자신이 통치하는 도
글: 이진경 │
200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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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우리는 그들에게 침략군일 뿐이다
누구나 다 그랬겠지만, 지난 며칠간은 참으로 참담한 기분이었다. 김선일씨의 납치 사실도, 피살 소식도 모두 외국 출장 중에 접했으니 놀라고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한국에 있었다고 해봤자, 거리에 나가 촛불 하나 더 드는 것 이외에 무슨 할 일이 있었겠는가마는 그래도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석달 전쯤 평화운동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상황이 오면
글: 한홍구 │
200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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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당신의 명복을 빈다
“나라가 너에게 무엇을 해줄까 묻지 말고, 네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까를 물으라.” 그러잖아도 우리는 늘 그렇게 살아왔으니, 케네디는 아마 대한민국이 부러울 게다. 당신은 미국의 대통령마저 부러워할 그 위대한 나라의 잘난 국민이다. 늘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물으며 살아온 애국적 당신에게 대한민국은 뭘 해줄 수 있을까?당신이 이라크에 돈을 벌러 간
글: 진중권 │
200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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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쓰레기만두’를 위하여
정말 경악이었다. 쓰레기로 만두를 만들다니! 돈 버는 걸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게 자본주의요 기업들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자본주의와 자본가들에 대한 일반적 분노만은 아니었다. 고백건대 나는 사실 만두를 매우 좋아한다. 고기를 먹지 않은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그래도 만두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먹고
글: 이진경 │
200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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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민주노동당의 죽음
4월15일 이후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접었다. 그동안 ‘논객’으로서 그 당에 공개적 지지를 표명했던 것은, 이 땅에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진보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진보정당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것은 보수와 중도까지도 동의하는 시민적 합의.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진출한 이상 나의 공적 지지도 시효가 다 한 셈이다. 그리고 오늘
글: 진중권 │
200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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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군대를 100배 좋아지게 하는 방법
아직도 학교에서건 군대에서건 단체기합은 사람들을 괴롭힌다. 명목은 단결심과 공동체의식을 배양한다는 것이다. 초등교육이 불행하게도 일제의 군인을 키워내기 위한 수단으로 확산된 이 땅에서, 학교는 처음부터 단체기합의 온상이었다. 단체기합의 추억이 어디 유신 때의 말죽거리 잔혹사로만 기억될 것인가? 20세기를 관통해온 단체기합은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사라
글: 한홍구 │
2004-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