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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만두’를 위하여

정말 경악이었다. 쓰레기로 만두를 만들다니! 돈 버는 걸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게 자본주의요 기업들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자본주의와 자본가들에 대한 일반적 분노만은 아니었다. 고백건대 나는 사실 만두를 매우 좋아한다. 고기를 먹지 않은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그래도 만두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먹고 나면 고기 때문에 불편해진 속에서 후회의 가스가 올라오지만, 그래도 김이 모락 오르는 만두를 보면 어느새 또 손이 나가고 말 것임을 나는 안다.

만두에 대한 애정과 쓰레기만두에 대한 분노가 컸던 만큼, 비록 넘쳐나는 기사들에 비슷한 글을 하나 더 보태는 우를 범하는 한이 있어도, 이 칼럼을 만두에 대한 것으로 쓰기로 맘을 먹었다. 그런데 사실 다시 한번 고백하자면 나는 도 보지 않고, 신문도 가끔씩 보기 때문에 그 충격적인 소식을 제때 알지 못했다. 며칠이 지나서 지난 사건을 논평하는 기사들을 보고 알았을 뿐이다. 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이리저리 지난 기사들을 검색해서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경악해야 했다. ‘쓰레기만두’가 쓰레기로 만든 게 아니라 단무지 무의 자투리를 이용해서 만든 것이었으며, 처리가 위생적이라고 하긴 어려웠지만 흔한 대장균이 발견되었다는 것 말고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어서 구속영장조차 기각당했다는 것이다. 자투리 무에 썩은 부분이 있었지만, 그것은 도려내고 고온에서 살균하여 처리하기에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게 판사의 말이었다.

결국 자투리 무를 사용해서 만두 속 재료를 만들었다는 게 문제였던 것이다. 물론 단무지 만들고 남은 걸 사용해서 만두 속을 만든다는 게 만두를 먹는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자투리라고는 해도 그걸 어떻게 ‘쓰레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환경에 대해 말하고 재활용에 대해 말하지만, 남는 무 자투리를 그렇게 ‘재활용’하는 건 왜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일까? 먹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잘 먹는 분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사람들은 자투리보다 훨씬 불량하고 해로운 ‘몸통’들을 먹고 산다. 내가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은, 지금은 그럴듯한 정치적인, 혹은 사상적인 이유를 갖고 있지만, 사실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내가 고기를 먹지 않게 된 첫 계기는 교도소 안에서였다. 교도소 음식이란 게 짐작하다시피 워낙 형편없었기에, ‘영양’을 위해서 흔히들 훈제·포장해서 파는 닭고기를 사먹고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제천농민회장 하다 들어온 분 말씀을 듣고 더는 먹을 수 없었다. “그거 먹지 말아요. 내가 닭농사 지어봐서 아는데, 그건 닭고기가 아니라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덩어리야.”

지금 이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닭고기뿐인가? 소와 돼지 역시 병으로 죽거나 폐사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항생제를 사료에 항상 섞어 먹이고, 좀더 빨리 좀더 크게 자라서 좀더 많은 돈을 만들기 위해 움직일 수도 없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성장촉진제가 들어간 사료를 먹인다. 누구에게 들은 말인데, 미국에서 생산되는 항생제의 절반 가까이가 소, 돼지, 닭에게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 약들이 아니어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좁은 울타리에 갇혀, 인간에게 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하루종일 몸을 키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소와 돼지의 고통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인간을 위해’ 행해지는 그런 사육의 끔찍함에 눈이 간다면 아마도 그뒤론 육식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진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고통과 스트레스로 가득 찬 고기를 먹는 게 자신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인지 정도는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스트레스가 몸을 망가뜨린다는 것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일 게다. 그렇게 망가진 몸에 항생제와 성장촉진제가 첨가되고, 맛을 위해 화학조미료나 다양한 ‘식품첨가물’들을 덧붙인 것이 우리가 먹는 고기 아닌가?

비록 ‘쓰레기만두’라는 처참한 오명을 뒤집어썼다고 해도, 나는 잘 요리된 고기보다는 차라리 저 만두를 먹을 것이다. 자투리를 ‘재활용’했다는 것 정도는 고통 속에 성장한 약품 덩어리 고기에 비하면 정말 가벼운 웃음거리 아닐까?

이진경/ 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서울산업대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