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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아직도 거기 살고 있었네, <‘그’와의 짧은 동거>
10년 만에 그가 나타났다. 여전히 더벅머리에 순한 눈동자. 아직도 열쇠가 잘 맞지 않는 옥탑방에 살고 있으며, 지금도 누군가와 주절대는 버릇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동안 무얼 하고 지냈냐니까 싱긋 웃는다. 변하지 않은 그를 보면서, 변한 우리가 던질 만한 질문이 아니었던 게다. 장경섭도 그의 분신인 <장모씨 이야기>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이
글: 이명석 │
200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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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벌거벗은 글쓰기의 정수, <네이키드 런치>
“쓰러진 적수 위에 앉아서 똥을 싸고, 적수는 죽어가면서 그 똥을 먹고 기뻐 소리치는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누가 아무 저항도 못하는 연약한 사람을 매달고 사악한 개처럼 그의 정액을 입으로 받아먹는가? 점잖은 독자들이여, 나는 기꺼이 당신이 이 끔찍한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려 했으나, 내 펜이 마치 노수부(老水夫)처럼 자기의 뜻을 세우는구려.”
글: 김선형 │
200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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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살아남은 자의 슬픔, <저녁뜸의 거리>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는 사실뿐 아니라, 앞으로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그 슬픔이 자손들에게 유전된다는 ‘업보’까지 짊어진 자들이 있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될 때, 그 자리에 있던 그 사람들이 그렇다. 원폭의 피해는 당사자뿐 아니라 그 자손들에게까지 계속된다.
<저녁뜸의 거리>는 10년
글: 권은주 │
200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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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웬만하면 발끈하는 성질파 처녀들, 스바르탄의 <앙칼 처녀>
매일 같이 찾아오는 빚쟁이를 퇴치하는 가장 훌륭한 대사는? “사장님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요.” 부푼 꿈을 안고 사내 견학을 하고 있는 신입사원들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인사과장의 “나 로또 당첨됐거든. 뼈빠지게 일해봐요.” 일본에서 온 귀빈 야마도라 상을 접대하기 위해 추천하는 가장 한국적인 음식점은? “욕쟁이 할머니 집.” 몸매 8단, 성질 9단의
글: 이명석 │
200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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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해시시를 아시나요, <해시시 클럽>
해시시를 처음 본 건 8년 전 모로코에서다. <인샬라> 촬영현장 취재로 찾아간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소국이 알코올을 금해서였을까. 담배 한 보루를 들고 길가를 서성이는 청년들은 해시시도 팔았다. 하필 모두들 말보로 담뱃갑을 들고 섰는데 새빨간 브랜드 무늬가 자꾸 호기심을 자극했다. “담배 말고 해시시?”라고 말문을 열긴 했으나 이빨을 드러내며
글: 이성욱 │
200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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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다중인격탐정-사이코
시대를 풍미했던 힙합 그룹 ‘듀스’의 노래 가사 중에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저 멀리서 누군가 부르고 있어∼”라는 대목이 있다. 내 안에 다른 누군가의 인격이 있다는 것이 느껴지면 이 노래 가사가 뼛속 깊이 절절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다중인격탐정 사이코>의 아마미야 카즈히코처럼.
코바야시 요스케는 토막살인을 수사하던 중 택배를 받
글: 권은주 │
200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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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가장 유쾌하게 셰익스피어를 읽는 법, <필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을 입 밖에 꺼내는 순간, 흔히 맞닥뜨리는 반응은 대개 한줄을 넘지 않기 일쑤다. “아, 골치 아파” 혹은 “지루해”. 하지만 이렇게 고루하고 화석화된 정전 작가의 죽은 이미지는 이 르네상스 영국 작가의 무한한 얼굴들 중 단 하나에 불과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은, 모든 경계와 범주를 무색하게 하는 모호하고 유동적인, 그러나
글: 김선형 │
200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