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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게으르게, 어설프게 여행해보면 어때? <보트 위의 세 남자>
지금 생각하는 19세기 말은 기계문명의 기적과 눈앞에 다가온 20세기에 흥분한, 모두가 앞으로 달리고 있는 시대일 것이다. 그러나 제롬 K. 제롬과 그의 친구들은 사람들이 진정 바쁘게 살기 시작한 시대에 게으른 자로 남아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증기선을 미워하고, 성미 급한 갑문지기를 비판하고, 파인애플 통조림을 따기 위해서만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
글: 김현정 │
200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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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증오로도 덮어지지 않는 ‘사랑’, <러브>
토니 모리슨이 <파라다이스> 이후 5년 만에 쓴 <러브>는 시점과 시대를 자유롭게 오가며 노래처럼 써내려간 소설이다. 50년 가까운 세월을 아우르는 <러브>는 이미 죽은 요리사의 회상과 혼잣말로라도 진심을 발설하지 않는 여인들의 이야기와 트럭에 발가락에 뭉개지면서 마음도 함께 무너진 소녀의 사연을, 차가운 물에 잉크가 퍼지듯
글: 김현정 │
200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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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우아하고 감상적인 빅토리아 시대 스릴러, <핑거스미스>
<핑거스미스>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우아하고 감상적인 레즈비언 통속소설이다. 비밀과 거짓말, 음모가 곳곳에 숨어 있고 책의 1/3 지점에서 깜짝 놀랄 반전이 등장하기 때문에 추리소설로도 읽을 수 있지만, 연속극을 보는 듯한 드라마로서의 매력 또한 대단하다. 나쁜 피의 망령에 사로잡힌 등장인물들이 운명의 장난과 시대의 분위기에 휩쓸려
글: 이다혜 │
2006-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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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연약하고도 예리한, 그 타락의 실체
“제발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들려줘.” 한 아티스트의 신실한 팬이라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씌어진 예술가의 전기를 덮으며 실망을 느낀 적이 더러 있을 것이다. <에곤 실레-세상의 하이페리온>과 <에곤 실레를 회상하며>는 그런 경지에 닿은 애호가들이 반색할 법한 책이다. 1인 출판사 미디어 아르떼의 김기태 편집자는 실레가 성장하고 활
글: 김혜리 │
2006-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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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스누피야, 이렇게 써봐,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찰스 M. 슐츠의 만화 <피넛츠>에 등장하는 스누피는 글 쓰는 비글종 강아지다. 개집 지붕 위에 타자기를 놓고 파지를 동그랗게 뭉쳐서 버리는 스누피의 옆모습은 세상 모든 작가의 마스코트다. 떨어지지 않는 첫 문장, 말 안 듣는 캐릭터, 친구들의 신랄한 험담, 출판사의 거절 편지와 싸우며 스누피는 간혹 입꼬리를 당겨 씩 웃는다. 그리고 “레오(톨스
글: 김혜리 │
200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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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해적이 된 전직 화가의 기이한 바다 모험, <해적 이삭>
이삭은 해적이 아니었다. 관습적인 삶을 추구하는 대신 영혼의 자유를 꿈꾸긴 하지만 그는 화가였다. 그리고 그는 가난했다. 약혼자 알리스와 살고 있는 이삭은 살아가기 위해 간판을 그려 먹을 것을 사고, 자신보다 어려운 형편에 처한 동료 화가를 돕기 위해 그의 그림을 사주기도 한다. 선량하고 쾌활한 이삭이지만, 궁핍한 생활과 창작의 고통은 그와 알리스의 사이를
글: 이다혜 │
200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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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개인의 소중함 깨달은 왕따소년들의 ‘핑퐁’, <핑퐁>
박민규의 소설 앞에서 나는 곧잘 노안용 돋보기를 갈구하는 노파가 된다. 글자 너머의 욕망이 당최 보이지 않아 버벅거린다. 그러나 원시(遠視)처럼 게슴츠레하던 내 눈은 <핑퐁>을 통해 장난기 어린 다초점렌즈가 된다. 하나의 주제찾기를 포기하고 생뚱맞은 질문들을 던져보는 것이다. <괴물>에서 포름알데히드로 인해 변종된 물고기는 분명 문명의
글: 정여울 │
200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