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대해, 과거를 묻어버릴 방법에 대해 떠들어대는 다른 사람들의 말은 엉터리이다. 아무리 깊이 묻어둬도 과거는 항상 기어나오게 마련이다.” 어떤 과거는 시간이 지난다고 잊혀지지도 옅어지지도 않는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났으나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에 자리를 잡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과거는 현재와 거의 구분되지 않는 고통에 다름 아니다. 고통은 끝나는 법이 없고 시간이 간다 해서 안녕을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그런 아프가니스탄의 아들 중 하나다. 1965년에 카불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를 따라 테헤란으로, 파리로 옮겨다니다가 1980년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한 인물이다. 의사로 살면서 그는 데뷔작인 <연을 쫓는 아이>와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발표했는데, 두 소설 모두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 아프가니스탄의 소녀들 이야기라면,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의 소년들 이야기다. 할레드 호세이니 그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아미르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에 살고 있는 이야기의 화자 아미르에게 전화가 한통 걸려온다. 20여년 전 과거의 인물에게서다. 그리고 이야기는 1975년으로 돌아간다. 아프가니스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평화를 누릴 수 있었던 그 시절, 부잣집 도련님인 열두살 아미르의 삶은 평온한 것 이상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부유하고 남자다웠다. 아미르를 “도련님”이라고 부르며 철석같이 믿고 따르는 하인의 아들 하산과는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운 관계였다. 1975년의 겨울날, 연싸움 대회 전까지는. 아버지가 원하는 연싸움 대회 우승을 위해 실력이 좋은 하산의 도움을 받던 아미르는, 하산이 다른 아이들에게 심하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지만 그대로 도망친다. 아미르는 대회에 우승하고 아버지의 사랑을 얻지만 하산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아미르는 죄책감을 이기기 위해 거짓말을 해 하산을 쫓아내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가 미국으로 망명한 뒤에도 죄책감은 조금도 덜어지지 않는다.
<연을 쫓는 아이>는 성장소설이다. 소년 아미르가 자신의 유약함과 다른 하산의 용기와 재치를 질투하고, 자신을 늘 지켜주던 그를 지켜주지 못했던 과거사에서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되고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아프가니스탄의 정치 상황과 맞물려 진행된다. 이 소설은 또한 적대적인 미국 중심 뉴스 보도의 이면에서 고통스런 생존을 해야 하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슬픈 창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연을 쫓는 아이>는 2005년 이미 번역되어 소개되었지만,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마크 포스터 감독)가 2008년 2월 개봉하는 것을 계기로 표지를 바꿔 다시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