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우위의 중국문화기행>은 중국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다. 중국인의 관점에서 본 중국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두권의 책이다. 외국인들이 중국을 겉으로 훑어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계층의, 광범위한 시대의 중국인들의 삶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제법 맛깔나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기 위한 입문서로도, 깊이 이해하기 위한 담론의 시작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이야기의 시작은 뜻밖에도 ‘영욕의 발해 유적지’다. 과거 아시아 최대의 도시였던 발해국의 성대했던 절정기와 야만적이었던 최후를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척에 있는 경박호의 고즈넉한 웅장함(모순적인 설명이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과 대조되는 화려함을 갖추었을 도시가 돌덩이가 갈라지도록 불타버렸다는 이야기는, 한국사의 관점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글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진 자료가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19세기의 상당 기간 동안 중국에서 가장 부유했던 성이 바로 산시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목에서 나오는 핑야오 성내의 고대 민가의 현대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은 한때 번성했던 산시의 일면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핑야오 고성 밖의 풍경은, 성벽이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쪽에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을 압도하는 성벽의 규모를 보여준다. 명대의 화가 사시신의 <광여폭포도>와 그림의 무대가 된 삼첩천 폭포 사진이 나란히 실린 것을 비교하며 살피다보면 여산 제1의 경관이라는 삼첩천의 지난한 여행(오르고 또 오르고 내려갔다가 또 오르는 일의 연속) 끝에 펼쳐지는 절경에 압도당하는 위치우위의 감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중국 문화의 일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일화들도 흥미롭다. 전국 제일이라고 불리며 중국사에도 이름을 남긴 두 상업관리 전문가들, 뇌이태와 모홍홰의 이야기가 그렇다. 암투를 거듭하던 두 지략가는 비열한 수법을 거듭하다가 결국 자신의 손자에게 상대방의 이름을 지어주어 상대방의 이름을 모욕했다. 상대를 증오하는 건 그렇다치고 할아버지의 원수 이름을 갖게 된 손자는 무슨 죄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위치우위의 말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모욕하는 방법은 완전히 중국식이다”.
저자 위치우위는 중국의 예술평론가이자 문화사학자다. 문화혁명기에 대학생이었던 그는 병을 얻어 벽촌에 파묻혀 동서양 고전을 섭렵하며 사상적 깊이를 다졌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저술활동으로 이름 높은 그는 장자와 소동파를 제치고 ‘현대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100명의 중국 작가’ 9위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