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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당신, 살아있나요?
그러니까 이야기는 이렇다. 할머니 한분이 계신다. 이 할머니는 이제 100살 생일을 넘기셨다. 평생 편하게 살아본 적 없는, 그저 부지런히 살았던 할머니는 90살이 되어 시를 쓰기 시작했다. 써놓은 시는 백수(白壽) 기념으로, 자비출판했다. 그런데 그 책이 입소문을 타더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시집의 제목은 <약해지지 마>다. <100
글: 이다혜 │
201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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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복고풍 위로
술자리에서 사람들이 고생담을 하나둘 털어놓다 보면 누가누가 가장 큰 상처를 받았나 배틀이 벌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작가가 8년 동안 틈틈이 썼다는 이 일곱 단편에는, 그런 상처 배틀이 열리면 웬만해선 지지 않을 인물들이 나온다. 빚 갚으려고 택시 운전사로 일하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친척 언니, 어렵사리 가족들 주려고 적금을 모으다 갑자기 죽어버린
글: 김은미 │
201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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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징한 우화
늑대에 대항해 똘똘 뭉쳐 거세게 저항하는 염소 떼가 있었다. 상황을 전해 들은 늙고 경험 많은 잿빛 늑대는 흰 염소와 검은 염소 중 수가 적은 흰 염소만을 쫓으라고 한다. 늑대들은 수가 적은 흰 염소만 잡으려고 평소보다 더 힘을 써야 했다. 하지만 몇번 더 같은 패턴이 반복되자, 검은 염소들이 방어선에서 빠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늑대에 잡아먹히
글: 이다혜 │
201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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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문장의 달인
이번 신작도 한강의 문장은 여전하다. 손쉬운 찬사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필사적으로 쓴 문장들. 내용은 단순하다. 양육권을 잃고 실어증에 걸린 여주인공이 말을 다시 하고자 언어의 본질을 건드리는 고어인 희랍어를 배우면서, 시력을 잃어가는 강사와 친해진다. 한강의 소설평에 늘 언급되듯 이야기 자체가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그녀의 묘사를 따라
글: 김은미 │
201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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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침묵 듣기
공연을 보러 가는 길에 하는 준비는 음악 장르마다 다르다. 스탠딩으로 관람하는 록이나 일렉트로니카 계열이라면 쿠션이 좋은 신발과 데킬라를, 가요나 팝, 포크록이라면 그날 부를 가능성이 있는 거의 모든 곡의 가사를 챙긴다. 클래식의 경우, 언젠가부터 나는 그날 들을 곡을 절대 미리 듣지 않아 버릇하는데, 그 곡의 최고로 꼽히는 녹음을 듣고 가면 실황에서 되
글: 이다혜 │
201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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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잘 지내나요?
<청춘의 사운드>는 ‘사운드’보다 ‘청춘’에 방점을 찍어야 할 책이다. 그 청춘은 저자인 차우진 자신의 청춘이지만 20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사운드는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것이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 요청 금지>에서 시작해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와 미선이의 <Drifting>을 경유해 샤이니의 &l
글: 이다혜 │
201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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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
바둑 기보 읽기를 굳이 배운 적이 있었다. 이창호 9단의 기보에 대한 해석을 읽다가 ‘검고 뭉툭한 선(線)’이라는 표현을 만났는데, 바둑의 기보가 미적으로 읽힐 수 있음에 충격을 받아서였다. 지금은 안다. 뛰어난 선수나 감독의 야구를 보면, 축구를 보면, 장인이 담근 술 한잔을 마시면, 한평생 가족을 먹인 할머니의 밥 한 그릇을 먹어보면… 그 안에 다 우
글: 이다혜 │
201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