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한다. 당신이 애묘인이라면 <고양이들: 루이스 웨인의 웃기고 슬프고 이상한>(이하 <고양이들>)에 단박에 시선을 뺏기고 말 것이다. 이 책에는 한평생 오로지 고양이만을 그린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화사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 그림 300여점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부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루이스 웨인은 의인화한 고양이 그림으로 영국에서 국민화가 칭호를 들으며 대단한 인기를 모았다. 그가 그린 고양이 그림은 그림엽서를 시작으로 잡지, 포장지, 달력, 책, 장난감, 비스킷 통, 가정용 자기까지 인쇄 가능한 거의 모든 물건에 박혔다. 웨인의 고양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보다 거의 한 세대 전에 나왔다. 말하자면 웨인은 본격적으로 고양이에게 손을 만들어준 최초의 인간이다. 웨인의 그림에서 고양이는 골프를 치고, 경마장에 가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연다. 소설 <타임머신>의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는 웨인의 그림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루이스 웨인은 고양이의 스타일을, 고양이의 사회를, 고양이의 세계 전체를 발명했다.”
<고양이들>은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다. 이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루이스 웨인의 불행한 삶을 그린 전기이기도 하다. 웨인은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그는 한푼의 저작권료도 받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았다. 웨인은 10살 연상의 아내를 유방암으로 먼저 보냈고, 평생 결혼하지 않은 누이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그리고 그는 정신분열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당시 영국 총리까지 나서서 웨인의 병원을 옮겨주었다. 그곳에서 웨인은 비로소 맘 편히 고양이를 그릴 수 있었다. 웨인의 그림 가운데 후기에 해당하는 그림들이 병원에서 그린 것이다. 귀엽고 앙증맞은 그의 고양이들은 후기에 이르러 사납고 날카롭게 변한다.
고양이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이 책에 감응한 독자라면 한번쯤은 자신의 무릎 위 고양이에게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지 않고 연필과 도화지를 준비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럴 생각이 있다면 루이스 웨인이 직접 쓴 ‘나는 고양이를 어떻게 그리는가’라는 글을 꼭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