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의 빈자리는 종종 유령이 대신한다. 유령은 연인의 얼굴과 목소리와 행동을 닮았고 심지어 추억까지 공유하고 있어서 부재의 공간을 채우기에 완벽하다. 그러나 유령은 당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도 웃지도 울지도 화내지도 않는다. 반응없는 대상을 바라보며 우리는 부재가 쉽사리 채워지지 않을 것을 실감하고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은 이런 유령과 함께 사는 여자 사강과 남자 지훈의 이야기다. 사강은 유부남 조종사와의 사랑에서 오는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그와 이별했고 지훈은 10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에게 문자와 이메일 등으로 이별을 통보당한 남자다. 실연의 상실감에 그들은 SNS에 뜬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을 클릭해 모임에 참석하게 된다. 이곳에 모인 실연 남녀는 모두 21명, 그들은 상실감과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감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함께 식사를 나눈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에는 겉으로는 모임에 참석한 사람일 뿐이지만 어딘가 의문스러운 여자 미도가 있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은 <스타일> <다이어트의 여왕> 등 감각적인 소설로 사랑을 받았던 백영옥 작가의 새 장편소설이다. 이별이란 소재 때문인지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들과 달리 어조마저 담담하다는 점에서 백영옥 작가의 새로운 면면을 살필 수 있다. 특히 사강과 지훈의 입을 빌려 부재에 대한 먹먹함을 이야기하는 문장들은 하나의 잠언처럼 느껴질 정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새로운 사랑은 지나간 사랑을 제대로 보내주어야 찾아온다. 이 소설 역시 지독한 부재로 인한 아픔은 새로운 사랑 혹은 일보 전진에 대한 성장통일 뿐이라며 다독인다. 그 위로가 때로 공감으로 그리고 웃음으로 서서히 스며들 듯 다가온다는 것이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연인을 잃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면 공감 가는 구절마다 무릎을 탁 치며 책장 모서리를 접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