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교통 체증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토바이가 몹시 시끄럽다고. 우리는 물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에 비해 턱없이 올랐다고. 우리는 젊은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일에 대한 열정이 결핍되었다고.”
<구르브 연락 없다>는 풍자소설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에 동료 구르브를 찾기 위해 방문한 외계인이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원하는 모습으로 외모를 바꿀 수 있는 외계인 주인공은 저명한 철학자나 소설가의 외양을 하고 동료를 찾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돌아다니지만, 구르브에게서는 좀처럼 연락이 없고 그는 본의 아니게 지구인, 그중에서도 바르셀로나 사람들에 대한 충실한 기록자가 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0권째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근엄하게 복잡한 단어를 구사하며 ‘이 농담에 웃을 수 있다면 자네의 지성을 인정하겠네’ 식의 고상한 유머감각을 구사하는 건 아닐까 선입견을 가질지도 모르겠으나… 뭐, 그게 맞다고 할 수는 없는데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런 식이랄까.
스페인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에두아르도 멘도사는 (굳이 이름붙이자면) 중산층 지식인 유머를 제법 재치있게 구사한다. “이 도시에는 안락한 가정들이 두 가지 문제를 두고 고민한다. 자식을 공부시키자고 미국으로 보낼 것인가. 주차는 어디에 할 것인가.” 거기에 더해 스스로 안드로메다행을 자처하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연상시키는 대목도 있다. “교통 체증은 이 도시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이자, 이 도시의 수장인 마라갈 시장의 골칫거리다. 오죽했으면 시장은 자동차를 자전거로 대체하자고 누누이 역설하고, 언론은 자전거 타는 시장의 모습까지 실었겠는가. 물론 시장은 진짜 먼 거리를 자전거로 달린 적이 한번도 없지만 말이다.” 지구 여자의 고충을 마주하는 외계인의 당혹감은 이렇게 묘사된다. 오클라호마의 폭탄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한 여자를 만난 외계인 화자는 우는 그녀를 위로하며, 당신은 아름다워서 기꺼이 결혼하고 싶지만 내가 외계인인 데다 다른 행성으로 가는 여정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고 털어놓는다. 그러자 “그녀는 남자들이 나처럼 그런 식으로 자기를 기만했다고 반박한다”.
그래서 구르브는 결국 연락이 될까? 된다! 그런데 구르브는 아름다운 여자로 변신해 지구 남자들의 미친 구애에 대만족하는 중이라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구르브와의 재회 이후에 펼쳐지는 장면은 시트콤처럼 웃긴다.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 속 파리처럼 <구르브 연락 없다> 속 바르셀로나는 끈적한 아름다움을 빛낸다. 술을 진탕 마시는 이들의 흥겨움, 취한 이들의 낭만, 정체불명의 연심 같은 것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사람을 잡아끈다. 어쩌면 서울에 대해서도 이런 글이 가능하지 않을까. 아직은 없는 소설을 설레는 마음으로 공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