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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말이 말을 한다
‘수사학’이라는 말은 거의 경멸어가 되었다. 오늘날 수사학은 말이나 글의 텅 빈 내용을 가려주는 ‘포장’, 혹은 ‘장식’의 동의어가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고대에 그것은 사회에서 모든 이가 배워야 할 필수교양으로 여겨졌다. 당시 법정에서는 당사자가 말로 자신을 변호하며 배심원들을 설득해야 했고, 폴리스에서 공직을 맡거나 맡으려는 사람들은 말로 시민들의 마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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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개시(開示)로서의 진리
“네 나라 사람과 대제사장들이 너를 내게 넘겼으니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빌라도가 가로되 “그러면 네가 왕이 아니냐?”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네 말과 같이 내가 왕이니라. 내가 이를 위하여 났으며, 이를 위하여 세상에 왔나니, 곧 진리에 대하여 증거하려 함이로다”. (…) 빌라도가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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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신의 부르심?
구약성서 <출애굽기>에는 광야에 살던 모세가 신의 부르심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야훼는 그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땅에서 해방시키라는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신의 목소리를 들은 모세는 자신이 언변이 변변치 못하여 말로 파라오를 설득할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야훼는 모세에게 언변이 좋은 형 아론을 데려가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에서 흥미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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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궁극의 가치도 상대적이리니
‘니힐리즘’은 ‘무’를 의미하는 라틴어 ‘니힐’(nihil)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이 개념이 널리 알려진 것은 역시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아버지와 아들>을 통해서다. 거기서 니힐리스트는 “어떤 권위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아무리 주위에서 존경받는 원칙이라고 해도 그 원칙을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라 소개된다. 니힐리스트인 주인공
글: 진중권 │
201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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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세계는 구원을 기다린다
‘구제비평’(Rettende Kritik)이라는 말이 있다. 용어는 발터 베냐민의 것이지만, 그 생각은 멀리 레싱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독일의 비평가는 계몽의 일환으로 그동안 잘못 이해되어왔던 고대의 저자들을 변호한다. 마치 변호사가 법정에서 피고를 변호하듯이, 레싱은 고대의 저자들의 미학적 누명을 벗겨내려 한다. 오랫동안 그들의 예술적 한계로 지적
글: 진중권 │
201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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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이제 ‘정치’를 논하자
한동안 ‘탈주’라는 은유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그것은 ‘체제, 권력, 혹은 동일성의 폭력에서 벗어나 끝없이 자신을 생성하라’는 어떤 존재미학의 명법으로 보인다. 그 용어 자체는 들뢰즈에게서 유래할지 몰라도, 그에 앞서 그것을 실천한 것은 20세기 초의 이른바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었다. ‘탈주’는 미시기획으로 한 개인의 존재미학을 가리킬 수도 있다. 하
글: 진중권 │
201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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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지루함
“강간, 독약, 단검, 방화가 우리 불쌍한 인생들의 진부한 캔버스를 그 유쾌한 디자인으로 수놓지 않았다면, 그것은 우리의 영혼에 담대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리라. (…) 우리 악덕의 추잡한 짐승들 중에, 더 추하고 더 악하고 더 더러운 놈이 있다. 비록 커다란 제스처를 취하지도, 커다란 울부짖음도 내지 않지만, 그놈은 지구 위를 어기적거리며 커다란 하품 속에
글: 진중권 │
2011-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