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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좋은` 영화 <아이 엠 샘>이 오싹한 이유
<아이 엠 샘>은 못났지만 사랑스러운 애인 같다. 7살짜리 지능을 가졌다는 샘(숀 펜)이 이끄는 대로 132분 동안 따라다니다보면, 샘의 등 뒤에서 팔을 내밀어 그를 안고 넥타이를 매듭지어주던 리타(미셸 파이퍼)의 눈빛에 담긴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마음 깊은 곳을 만지는 따뜻함. 우린 그것을 얼마나 바랐던가.이처럼 따뜻하고 저항하기 어려운 정서
200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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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우리 무의식의 참혹한 진경 산수화 <가문의 영광>
<가문의 영광>을 400만명이나 보았다니, 일년에 영화 두어 편 보는 사람들까지 이 영화를 보았다는 뜻이다. 정말 극장에는 40대 이상 관객도 곧잘 눈에 띄었고, 뜨악하게도 가족단위로 온 관객도 있었다. 세상에나… ‘15세 입장가’인 것도 아연할 원색적인 이 영화를 가족이 함께 보다니 나는 두번 보았다, 처음엔 웃으면서, 두 번째는 펑펑 울면서
200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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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프랑수아 오종의 <워터드롭스 온 버닝 락><크리미널 러버>
프랑스영화계의 신예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워터드롭스 온 버닝 락>은 파스빈더가 남긴 유작의 해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영화화한 것이다. 파스빈더는 1999년 베를린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가운데 하나인 이 영화를 통해 죽음으로부터 귀환한 듯 보인다. 파스빈더의 삶과 매우 흡사하게, <워터드롭스 온 버닝 락>은 한편의 비극적 광대극이자,
200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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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정성일의 <오아시스> 비판이 놓치고 있는 것들
나는 <오아시스>가 대단히 훌륭한 영화이고, 상업영화로서 도달하기 힘든 지점에 이른, 우리 영화사의 커다란 획득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러나 이 영화가 장애자의 현실을 다룬 감동적인 영화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정성일씨가 지적하듯이 ‘누구라도 하여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소재를 가지고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거쳐 ‘뻔한’ 결
200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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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사극형식의 코미디 의 장점과 한계
<YMCA야구단>(감독 김현석)은 보기 전의 기대와 보고 난 느낌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영화다. 영화가 뒤집어지도록 웃길 거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한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장르를 규정하자면 단순 코미디라기보다 표준적인 극영화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요컨대 생각보단 덜 코미디인 대신 기품있고 독창적이라는 것이 <YMCA야구단
200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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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로드 투 퍼디션>의 액션과 에너지
맥스 앨런 콜린스의 생동감 넘치는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샘 멘데스가 연출한 <로드 투 퍼디션>은 그리스 비극을 동경하는 싸구려 통속소설 같은 것이다. 대공황시대를 배경으로 음침한 시카고와 삭막한 중서부를 오가며 서로에게(그리고 서로의 아들들에게) 접근하는 갱스터들의 음울한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비를 만들어 뿌리느라 살수차는 쉴새없이 가동된다
200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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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위한 변명 혹은 위안
저예산의 머리(=콘텐츠)에 블록버스터의 몸통이라…. 영화는 한켠에는 나비처럼 가벼운 시구가 작가주의로 자리하고, 다른 한켠에는 태산처럼 육중한 자본이 산업으로 버티며, 양립불가능한 지형을 ‘기괴하게’ 형성한다.관객은 세 가지 군으로 분류된다. 첫째, 싸구려 키치와 감독의 잰 체하는 악취미에 토악질이 나는 관객군. 둘째, 몇몇 장면들에서 나름대로 재미도 느꼈
200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