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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냉정과 열정
도호쿠 지방에 쓰나미가 덮쳤을 때 일본인들이 보여준 침착한 태도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가족을 잃었다고 울부짖지 않았고, 대응이 늦는다고 정부를 성토하지도 않았다. 그저 폐허가 된 집터에서 남은 옷가지를 챙기며 묵묵히 복구에 들어갈 뿐. 한국인들은 여기에 두 가지 상반된 방식으로 반응했다. 어떤 이들은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며 부정적으로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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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인문학의 미래
대학에 자리를 잡고 제일 먼저 듣게 되는 게 역시 ‘인문학의 위기’라는 담론. 대학 밖에서 그것은 한가한 관념론적 위기이지만, 대학 안에서 그것은 냉엄한 유물론적 위기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문·사·철에 속하는 학과들이 통폐합되는 그런 문제다. 이 경우 인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자리를 잃거나, 아니면 자신의 전공과 관계없는 엉뚱한 과목을 가르치게 된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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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라스푸틴의 예언
러시아의 역사에 관한 책을 읽다가 다시 ‘라스푸틴’과 마주쳤다. 이 인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러시아 혁명사를 읽을 때였다. 거의 30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이 비범한 인격이 주는 스산한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이 괴승은 기도로 혈우병에 걸린 황태자의 피를 멈추게 하는 영험함으로 알렉산드라 황후의 총애를 받았다. 황후를 통해 무능한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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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영상맹의 시대
‘기술적 형상’(Techno-bild)이라는 개념이 있다. ‘예술적 형상’이 인간이 손으로 빚어낸 이미지라면, 기술적 형상은 기계로 제작된 이미지다. 최초의 기술적 형상은 물론 19세기에 발명된 사진. 사진술이 보편화한 20세기 초, 이미지의 역사에는 거대한 단절이 생긴다. 19세기까지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이 회화였다면, 20세기 이후엔 기술로 제작한 이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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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포스트 만보객을 근심함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4)은 미혼의 남자가 경성의 이곳저곳을 거닐다 친구를 만나 소설을 잘 쓰기로 다짐하며 새벽 2시에 귀가한다는,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얘기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갖는 문학사적 의의는 지대하여, 그 뒤로 적어도 두명 이상의 문인이 그의 모티브를 차용한 것으로 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설 속의 인물 ‘구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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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재판이냐 개판이냐
‘영화는 그냥 영화로 보라’고 권했더니 반발이 심하다. 영화에서 허구 이상을 기대하는 모양이다. 외국에 있어 영화를 볼 형편이 안돼 공판기록의 주요 내용을 요약할 테니, 텍스트(공판녹취록)와 이미지(부러진 화살)가 서로 얼마나 일치하는지 알아서들 판단하시라. 내 요약의 객관성을 의심하는 분들은 김명호 교수의 홈페이지(www.seokgung.org)에 들어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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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냉담한 멋쟁이
신문을 보다가 우연히 ‘댄디’라는 낱말에 시선이 꽂힌다. 분위기를 보니 요즘은 주로 패션의 영역에서 ‘댄디’ 얘기를 하는 모양. ‘댄디룩’? 이는 1990년대 일본에서 유행하던 어법이 한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보인다. ‘댄디’라는 말이 사용되는 또 다른 처세술에 관한 담론이다. “댄디즘을 통해 자신의 카리스마를 구축하라.” 물론 이런 어법들은 ‘댄디’와 무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