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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김형태의 생각도감] 집10 - [1974년의 양옥집]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그런 집을 ‘양옥집’이리고 불렀다. 흔해빠진 슬레이트 지붕이나, 기와지붕보다는 훨씬 예리한 각도를 가진 초록색 뾰족지붕에, 2층에는 테라스가 있고, 집 한쪽에는 담쟁이 덩굴도 있고, 높은 돌담에 장미넝쿨이 멋지게 흐드러진 ‘일종의 서양식 저택’을 우리는 ‘양옥집’이라고 불렀다. 내 나이 열살이나 되었을 즈
글: 김형태 │
200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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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김형태의 생각도감] 집9 - [러브하우스]
텔레비전은 때때로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요술 같은 능력으로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한다. 기적을 만드는 텔레비전은 가난과 절망으로 도탄에 빠진 헌집을 눈부시게 아름다운 새집으로 바꾸어주기도 한다. 일요일 저녁 ‘MBC 러브하우스’before - 라면박스와 빨갛고 파랗고 조악한 플라스틱 수납등과 짙은 고동색 가구들과 무너질 듯한 행거 위로 난지도의 넝마 같
글: 김형태 │
200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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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김형태의 생각도감] 집8 - [초원의 집]
수십년 전에,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고 허리띠 졸라매던 시절에, 때가 오면, 우리도 잘 먹고 잘사는 그때가 오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백년 살고 싶어’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최고 인기가수 남진의 최대 히트곡 <님과 함께>에서 노래하던 그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에 대한 그 꿈은 영원히 유
글: 권은주 │
200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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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김형태의 생각도감] 집7 - [항해하는 집]
삶이란 것은 거칠거나 평화롭거나 지루하거나 위태로운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거친 파도와 폭풍우와 싸워 이겨야 하고, 끝없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절망감을 견뎌내야 하고 깨어서 하늘의 별을 보며 길을 찾기도 해야 한다. 인생이 시작도 끝도 없는 망망대해로의 항해라면 집은 한척의 방주方舟처럼 내 인생을 싣고 험한 세상을 흔들리며 건너간다. 집은 가가호호 저
글: 김형태 │
200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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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김형태의 생각도감] 집6 - [가설도시 假設都市]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열렸을 때, 이 도시를 찾은 외국인들은 서울의 건물과 집들이 대부분 지은 지 30년 안팎의 젊은 건축물로 이루어져 있는 사실이 참 이채롭다고 했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고 보니 사실 그런 사실이 참 이채로운 것이로구나 새삼 의식하게 되고, 그러고 보니 세계의 유구한 역사의 도시들은
글: 김형태 │
200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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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김형태의 생각도감] 집5 - [집시의 시간]
약 15년 전에 미술대학을 졸업할 때 나는 그림을 한 트럭 싣고 학교를 나왔다. 그 후로 얼마나 많은 전·월세 작업실을 전전했는지 이루 다 헤아릴 수도 없는데, 그러는 동안 그 많던 그림은 다 상하고 망가져 버려지고 지금은 그닥 크지 않은 그림 몇점만 겨우 보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리고 이제는 크고 두터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에 공포를 가지
글: 김형태 │
200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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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김형태의 생각도감] 집4 - [국가 國家]
국가國家는 민족이 사는 집家이다. ‘국가와 민족’을 해체, 조립하면 ‘국민과 가족’이다. 가족이 모여 민족이 되고 민족이 하나의 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고대사회의 도시국가의 발생과정을 보면 ‘풍요와 고립’이라는 얼핏 상반된 두 가지 환경조건이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능력있는 가장家長이 기둥이 되어 하나의 가정家庭을 이루듯이, 하나의 국가가 건설되는
글: 김형태 │
200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