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열렸을 때, 이 도시를 찾은 외국인들은 서울의 건물과 집들이 대부분 지은 지 30년 안팎의 젊은 건축물로 이루어져 있는 사실이 참 이채롭다고 했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고 보니 사실 그런 사실이 참 이채로운 것이로구나 새삼 의식하게 되고, 그러고 보니 세계의 유구한 역사의 도시들은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해야 할 만큼 굳건한 역사를 지닌 건축물들로 가득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역사가 또 쓰여지고 있지 않은가.
인류사에 남을 위대한 건축물들은 차치하고서라도, 프랑스의 어느 도시에서는 100년이 넘은 빵가게에서 오늘도 아침마다 신선한 빵을 구워내는가 하면, 일본의 어느 초밥집에서는 4대째 같은 집에서 같은 맛의 초밥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100년이 넘은 집에서 100년이 넘게 집주인이 대물림되는 집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본에서 4대째 초밥집을 하고 있으면 그것은 한 집안의 자랑스러운 역사요 나아가 일본의 자랑스러운 문화로 승화한다. 서울에서 4대째 김밥장사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가난을 대물림하고 있다는 사실말고는 별다른 감흥이 없! 다. 3대째 김밥을 말았다면 다음세대의 내 자식은 무슨 일이 있어도 판검사를 만들어 팔자를 고치고 말겠다는 욕망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서울은 신분상승의 욕망으로 자라난 도시이다. 신분상승의 기회의 땅 서울의 주민들은 모두 도시유랑민이다. 돈을 조금만 더 벌면 더 큰 집으로, 더 좋은 동네로 이사갈 꿈을 꾸며 오늘도 임시 거처로 귀가한다. 조금만 더 능력이 있으면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길 꿈을 숨긴 채 오늘도 임시로 그 회사에 출근하거나, 형편이 조금만 나아진다면 더 큰 점포로 확장이전할 꿈으로 오늘 임시 점포의 셔터를 올린다.
서울은 가설된 도시이다. 모든 집들과 상점들과 빌딩들도 임시로 지어졌다. 대대손손, 백년대계를 위해서 지어진 건물이 없다. 진짜는 나중으로 유보된 채 우선, 임시로, 당분간만 사용할 목적으로 지어진 집에 대해서 건축철학을 묻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다. 아무리 초고층건물이 들어서고 첨단 신소재가 사용되어도 서울의 건축물들은 그 속성이 판잣집이나 포장마차와 같다. 최소한 20∼30년 이내에 도시재개발 계획까지 내다보기 때문에 너무 튼튼하게 지어서도 곤란하다. 가설도시는 어떤 도시계획도, 도시? 隔換? 도시환경도 고려해본 적이 없이 그저 먹고살자고 모여든 뜨내기들? ?거대한 장터이다. 가설도시에서의 삶은 외줄 타는 광대처럼 고단하고 가설도시의 풍경은 피에로 화장만큼이나 그로테스크하다. 무엇보다 공허하기론, 5천년을 살아도 역사가 없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