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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칼럼있수다] 나를 두번 죽인 <폴링 다운>
그것이 아마 99년 여름, 아니 98년 겨울이던가? 어쨌든.
여름방학인지 겨울방학인지를 맞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향에 내려와 있는 동안, 나는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 창동 학문당 서점 뒷길 칙칙한 지하 비디오방에서 <폴링 다운>을 ‘관람’했다. 남녀 커플도 아닌 우리가 대학교 1학년 혹은 2학년의 방학에, 비디오방에서 그런 괴상한 영화를 보
글: 김나형 │
200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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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눈부신 당신의, 백발
“너 요즘 계속 얼굴이 까맣다. 아직도 몸이 안 좋니?” 엊그제 밤엔가 엄마가 물었다. “나 원래 까맣잖아요.” “아니야, 넌 원래 하얘.” 내 얼굴이 하얗다는 표현은 우리 엄마만이 쓸 수 있다. 내 피부는 아주 까매서 피부 하얀 내 친구들과 흑설탕, 백설탕, 이러고 놀 정도니까. 엄마 눈에야 내가 당신 딸이니 뭐든 예뻐 보이는 것뿐이다. 그런데 그런
글: 박혜명 │
200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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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칼럼있수다] 느끼기 전엔 몰라
작년에 잘한 일 가운데 하나는 처음으로 책을 써서 냈다는 거다. 옆자리에 앉았던 김혜리 기자의 배려로 <씨네21>이 펴내는 <필름 셰익스피어> 필진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나는 셰익스피어 전문가도, 탁월한 영화비평가도 아니다. 다만 셰익스피어를 ‘느낄’ 기회를 좀 더 많이 얻었을 뿐이다.
대학 마지막 해에 누더기가 된 학점을 기
글: 이종도 │
200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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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사진에 관한 반성
<포토저널리즘>이라는 꽤 유명한 책이 있다.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가. 생생한 경험과 금쪽같은 조언이 가득하다. 요즘 국내에 쏟아져 나오는 사진 관련 서적들이 대개 폼나는 사진 제조법 전수에 골몰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 책의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 초보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 다만, 국내에
글: 이영진 │
200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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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다양한 영화를 위해 봉기하자
나는 <태풍>도, <킹콩>도, <해리 포터와 불의 잔>도, <광식이 동생 광태>도 아직 보지 못했다. 영화기자로서 너무 태만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어느 쪽도 내가 미치게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극장에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벌써 주말 2주 동안 근처 멀티플렉스를 찾아
글: 정한석 │
200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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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너와의 5년을 기억하리
홍콩 출장의 가장 큰 부산물은 디지털 리마스터를 한 데다 DTS까지 입힌 <아비정전> DVD를 비교적 싼값에 산 일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코 장국영이 장만옥을 꼬시는 대목이라고 말하겠다. “내 시계를 봐”라고 장국영은 말한다. 장만옥이 “내가 왜 그래야 되죠?”라고 물으면 장국영은 “딱 1분만 봐주지 않겠어?”라고
글: 문석 │
200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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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인연을 챙기는 법
휴갓길 터키의 지방도시 파묵칼레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만난 지 5분도 안 돼 “내 딸이 되어 함께 살지 않겠니?”라고 물었다. “아내도 자식도 없는 내 인생에도, 문젯거리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누군가의 문젯거리가 되는 것엔 늘 자신있는 나는, 떠나는 내 손을 잡고 놓지 않는 마지막 장난에 못 이기는 척 넘어가고 싶었다. 터키에서 만난
글: 오정연 │
200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