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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시간이 없다, 시간이
몇달 전, 넷플릭스 최고경영자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뉴욕타임스> 딜북 콘퍼런스에서 말했던 구절을 빌리면 넷플릭스의 경쟁상대는 ‘인간의 수면 시간’이라고 한다. 더 크게는 ‘거대 트렌드’ 자체를 경쟁상대로 꼽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서로 전혀 다른 서비스처럼 보이는 아마존(커머스), 넷플릭스(콘텐츠)와 유튜브(콘텐츠), 페이스북(소셜미디어)이
글: 김겨울 │
일러스트레이션: 박지연 │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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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미경, 용준, 수현, 효진, 종욱, 미정, 경환, 재윤, 수완, 규림…. 한동안 온종일 생각하며 부르고 지냈던 이름들. 작품 속에 등장했던 이름이다. 나는 시나리오를 쓸 때 등장인물 이름 짓느라 시간이 꽤 드는 편이다. 대부분 평범한 삶을 사는 이웃 같은 주인공들이라 자주 들었던 익숙한 이름이어야 하지만, 친근하면서도 고유한 캐릭터가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
글: 이동은 │
일러스트레이션: 다나 │
202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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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얼굴들
최근 열린 두 전시, 노원희의 <얇은 땅 위에>와 윤석남의 <벗들의 초상을 그리다>는 흥미롭게 대조적이었다. 노원희 그림의 등장인물들은 대개 얼굴이 없다. 윤곽은 있되 이목구비가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 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영감을 받아 그렸다는 <무기를 들고>에서 여자들은 텅 빈 얼굴을 한 채
글: 오혜진 │
사진: 박지연 │
201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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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당분간 의견 없음
칼럼은 하나의 고유한 과제를 수행하는 글이다. 짧은 글임에도 칼럼은 세상사와 사람살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그 의견은 “진리값” 혹은 최소한 진리에 가까운 근사값의 산출을 목표로 한다. 칼럼은 참됨을 찾아가는 짧은 여정이다.
한달에 한번, 매번 다른 사안과 주제에 대해 참된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문득 한없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글: 심보선 │
일러스트레이션: 다나 │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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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손을 잡아요
도서관 관장님은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도서관 자랑을 하셨다. 이 말은 경상도 사투리로 읽어야 하니 독자 여러분의 상상을 부탁드린다. “여기가 지방이라 어르신들이 많아요. 도서관을 잘 안 오시는 거예요. 그래서 도서관에서 노래교실을 만들었는데, 어르신들이 노래교실만 듣고 집에 가셨었거든요. 제가 여기 관장을 하게 되면서, 어르신들한테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
글: 김겨울 │
사진: 박지연 │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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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동성이혼을 허하라
J가 요즘 유행하는 흑당 버블티에 빨대를 꽂아 쭉 들이켰다. 어제 TV에 생중계한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봤어? J의 연인인 L은 J가 이야기를 꺼낸 의도를 금방 알아차렸다. 프로그램에 나온 동성결혼 법제화 이슈를 말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한 국민의 동성결혼 법제화에 대한 물음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가능하다며 아직은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J
글: 이동은 │
일러스트레이션: 다나 │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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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지키고 싶었던 것들”
최근 한 연구자가 대학교수직을 그만두며 쓴 <대학을 떠나며>라는 칼럼이 화제였다. 대학이 성과 중심의 신자유주의 체제에 흡수되면서, 교수/연구자의 본업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무익·무능하게 됐는지를 신랄하고도 아프게 고발하는 글이었다. 10여년에 걸쳐 대학원을 졸업하고, 때때로 강사 생활을 전전하며 수료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나 역시 익히 듣고
글: 오혜진 │
일러스트레이션: 박지연 │
2019-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