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토피아로부터]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실패가 너무 가까이에
동료 작가가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 감염경로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동료 변호사의 법무법인에 밀접 접촉자가 발생했다. 의뢰인과의 식사 자리를 거절할 수 없어 나갔는데 그 자리에 확진자가 있었단다. 법인 직원 전원이 진단검사를 받고 법인 일시 폐쇄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내 사무실은 여의도에 있다. 다른 건물과 마찬가지로 내 사무실이 입주한 빌딩에도 공실
글: 정소연 │
2020-12-16
-
[디스토피아로부터]
[이동은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채집의 즐거움
한때 나는 TV나 잡지 등에 소개되는 다양한 수집가들을 보면서 언젠가 자본 여력이 된다면 개인이 모은 수집품들을 모아 ‘박물관의 박물관’을 만들고 싶었다. 각자에게는 소중하지만 박물관으로 가기엔 다소 가치가 떨어지는 개인의 하찮은 수집품들을 모은 박물관 말이다. 그런 수집품들은 대부분 개인의 생애와 함께 사라져버리는 게 보통이라 그게 너무 아쉬웠다. 울산에
글: 이동은 │
2020-12-09
-
[디스토피아로부터]
[오혜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불완전한 언어와 투명한 진실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 ‘내가 이제 쓰지 않는 말들’에 올라오는 글들을 흥미롭게 읽는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혐오 표현을 돌아보자는 이 캠페인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제안했다. ‘확찐자, ◯밍아웃, 결정장애, 장애우, ◯린이, 거지 같다, 건강하세요’ 같은 말을 사용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됐다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직
글: 오혜진 │
2020-12-02
-
[디스토피아로부터]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2020년 11월 10일은 김민식 작가의 칼럼 때문에 난리가 난 날이었다. 작가가 사과문을 썼고, <한겨레>도 이례적으로 두 차례에 걸친 사과문을 쓰고 칼럼을 삭제했다. 물론 작가의 사과문은 여전히 비판받을 만했지만, 그래도 자기 자신에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아 보이긴 했다.
문제의 칼럼은 무려 ‘지식인의 진짜 책무’라는 제목을 달고 아버지의
글: 김겨울 │
2020-11-25
-
[디스토피아로부터]
[이동은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어떻게 먹고사세요?
시내의 한 작고 오래된 서점이 문을 닫았다. 서점을 지날 때나 볼일이 없을 때도 근처에 일이 있으면 종종 들러보곤 했는데, 결국 그렇게 되었다. ‘결국’이라는 건 사라질지 모른다는 걱정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 걱정은 그 서점이 처음 문을 열었던 십수년 전부터 있었다. 손님이 많진 않았으니 그럴 만도 했지만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 오래된 습관이기도 해서,
글: 이동은 │
2020-11-11
-
[디스토피아로부터]
[오혜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고요 속에서 배우기
어릴 적, 피아노학원에 다니는 일은 거의 형벌이었다. 폐소공포증을 일으킬 만큼 비좁은 방, 7살의 나는 내 몸집보다 몇배나 큰 피아노와 독대한다. 선생님은 한번 연주할 때마다 획을 하나씩 그어 ‘바를 정’자 네개를 완성하라 했지만, 나는 그저 건반 위에 엎드려 있다. 내가 만드는 소음도 버거운데, 옆방 애도 나만큼이나 소질이 없다. 너무 시끄럽다. 나는 인
글: 오혜진 │
2020-11-04
-
[디스토피아로부터]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지금 여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이 근본적인 모멸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임신한 엄마의 배를 누군가 허락 없이 만지던 때부터 내 몸은 내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엄마의 결혼식에서 엄마의 아버지가 아빠에게 엄마를 ‘넘겨줄’ 때부터 그랬는지도 모른다. 할머니 집에 찾아가면 엄마와 큰엄마들이 허리가 부러지게 일하고는 작은 상에서 따로 밥을 먹을 때도 나는 인간이 아니었던 것 같다
글: 김겨울 │
202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