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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폐수 거품처럼 끈적이는 인간의 불쾌한 욕망 <첫사랑, 마지막 의식>
<첫사랑, 마지막 의식>은 이언 매큐언의 데뷔 초기를 가늠할 수 있는 단편집이다. <암스테르담> <속죄>와 같은 그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들이 이미 소개된 상태에서 새로 읽는 그의 이 소설집은 거칠고 끈적거리지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혐오로 가득하다. 성인이 되고도 소년 시절의 철없음을 루저 정서에 맞물려 웃음을 끌어내는 닉
글: 이다혜 │
200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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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좋아하던 사람을 더 좋아하게 만들 인터뷰, <그녀에게 말하다>
<무릎팍도사>의 기획은 매우 역설적이다. 스타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간판을 걸고, 스타의 치부를 집요하게 파헤치니 말이다. 김혜리의 인터뷰는 그런 면에서 <무릎팍도사>의 정반대편에 서 있다. 그녀의 인터뷰는 한 인물에 대한 무한한 호감에서 시작된다. 그녀의 글은 원래 좋아하던 인물을 더 열심히, 더 정성스레 좋아하게 만든다. 그녀는 스
글: 정여울 │
200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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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현대 일본의 존재에 대한 사실적인 물음,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
히라노 게이치로는 스물세살이었던 1998년 문예지에 투고한 작품 <일식>으로 이듬해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그 한 작품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라는 일견 과분해 보이는 칭찬을 받은 것은 역으로 이 젊은 작가에 걱정스런 시선을 떨구기에 충분했으나, 그는 개의치 않고 계속 소설을 썼다. 히라노 게이치로를 정의하는 지극히 문학적인 탐미주의는 <
글: 이다혜 │
200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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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오즈의 마법사가 두려워한 서쪽 마녀의 일대기, <위키드>
<오즈의 마법사>란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웃한 적이 없는지? <도로시의 모험>도 아니고, <오즈의 도로시>도 아니고, 어째서 <오즈의 마법사>일까? 어린 시절에 읽기로는 <오즈의 마법사>는 캔사스에 살던 도로시가 우연한 사고로 낯선 땅에 떨어지고, 동쪽 마녀를 죽이게 되고, 오즈의 마법사의 도움을 받기
글: 이다혜 │
200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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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착한 척하는 세상에 어퍼컷을 날리다, <레제르> 1, 2장
살다보면 남에게 밝힐 수 없는 부끄러운 욕망이 들 때가 있다. 이를테면 만원인 엘리베이터에서 방귀를 뀌고 후다닥 뛰쳐나가고 싶다든지 좋아하는 이성이 앉았던 의자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고 싶다든지 막 페인트를 칠한 벽에 손도장 쿡쿡 찍고 도망가고 싶다든지… 뭐 이런 욕망 말이다. 물론 입 밖으로 냈다간 ‘천하에 유치한 변태’ 취급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에 이
글: 김경우 │
200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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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내 주위에도 있을법한 웃기는 가족 이야기, <코듀로이 재킷과 청바지, 그리고 가족 스캔들>
지인 중에 소설가나 영화감독, 혹은 만화가가 있다면 당신의 말이나 행동 혹은 실수담이 ‘작품’의 일부가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작품의 재미(혹은 예술적 성취)를 위해 약간의 과장은 불가피하므로, 당신의 캐릭터는 좀더 극적으로 바뀌어 당신 마음에 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코듀로이 재킷과 청바지, 그리고 가족 스캔들>의 데이비드 세다리스는 그런
글: 이다혜 │
200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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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절판의 전설, 새롭게 되돌아오다, <비밀의 계절>
절판된 뒤 전설이 되는 책들이 있다. (너무 뛰어나) 시대가 알아보지 못해서, (번역본인 경우) 정서가 맞지 않아서 등등의 이유로, 그런 저주받은 걸작들이 생겨난다. 이윤기씨가 번역을 다시 손봐 문학동네에서 재출간한 <비밀의 계절>은 그런 ‘절판의 전설’ 중 하나였다. 읽은 사람은 누구나 잊지 못하는, 하지만 읽지 않은 사람에게 쉽게 설명하기는
글: 이다혜 │
2008-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