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 라우로 마르티네스/ 푸른역사 펴냄 잘 쓴 미시사 책은 열 팩션 안 부럽게 재미있다. 라우로 마르티네스가 쓴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은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거의 팩션처럼 느껴지는(다시 말해 허구라고 느껴질 정도의) 극적 사실(史實)을 이야기한다.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은 르네상스의 중심지 피렌체, 그리고 르네상스가 있게한 큰손 메디치가의 이야기를 정치적 관점에서 풀어간다. 1488년 4월, 한 백작이 살해당한다. 이 사건은 10년 전 있었던 암살 음모에 대한 메디치가의 수장 로렌초의 기나긴 복수극의 마침표였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1478년 ‘피의 4월’로 넘어간다.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은 ‘피의 4월’에 연루된 인물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다양한 사진과 르네상스 시대 회화 작품을 자료로 제시한다. 보티첼리의 그림 속에 숨은 당시 정치세력들에 관한 암시는 꽤 흥미롭다. 인본주의 문화 현상으로 두고두고 이야기되는 시대 한복판에 전형적인 전근대적 방식의 암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시신 훼손과 식인 풍속’이라는 장이 있을 정도로, 르네상스의 뒤편에서 최고 권력자들이 벌인 다툼은 그야말로 피범벅이었던 셈이다. 책 표지 안쪽에는 메디치가, 파치가의 가계도가 실려 큰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