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숏을 단어에, 편집을 통사론에 비유하는 시도는 다분히 과장의 위험을 내포한다. 그러나 몽타주를 통해 영화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원하는 문체로 비로소 전달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몽타주의 개념과 역사를 논한 이 책의 1부에서 몽타주는 세 가지 개념의 종합이다. 자르고 붙이는 물리적 행위인 커팅, 시청각 요소를 배치해 영화의 꼴을 완성하는 에디팅, 그리고 숏 사이 관계를 결정하는 좁은 개념의 몽타주가 그것이다. 편집기사 출신 영화학자인 저자 뱅상 피넬은 몽타주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줄 세우는 글을 최소화하고 몽타주 개념의 진화를 실제 영화의 예를 통해 살핀다. 고전기까지 모든 영화감독들은 발명가이며 이론가이기도 했기에 이는 무리한 방식이 아니다. 몽타주의 실제를 다룬 2부는 180도 가상선과 장비의 진화를 소개하는 한편 히치콕의 시퀀스를 분석하고, 앙드레 바쟁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쓴 글에서 몽타주의 핵심을 지적한 한 대목을 발췌했다. “몽타주는 촬영이 감추었던 불확실한 영역으로부터 영화를 꺼내는 것이다”, “숏의 연결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영화의 리듬을 창조하지는 않는다. 리듬은 숏의 내부에서 흐르는 시간의 특성에서 나온 기능이다” 같은 구절은 밑줄 그을 만하다. <카이에 뒤 시네마>와 프랑스 문화성이 공동 기획한 ‘프티 카이에’ 시리즈 일부를 번역한 이 총서는 작고 얇지만 영화 이론의 기본 단위를 제대로 해설하는 미더운 입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