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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수평적 관계
불과 3개월 전, 남들에겐 있는데 내가 갖지 못한 세 가지가 있었다. 나는 직장이 없었고, 통장 잔고가 없었으며,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었다. 그때는 통산 여섯 번째(많기도 하지!) 직장이 장렬히 전사한 뒤, 엄청나게 남는 시간과 얇은 지갑을 주체 못해 간간이 들어오는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던 참이었다. 이따금 전전(前前) 직장을 들락거리며 옛 사수들에게 “
글: 신민경 │
2006-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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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부고기사를 쓰는 동안
“이럴 때 누가 죽어주면 딱 좋은데 말이지.” 동료기자와 이런 말을 예사로 주고받은 적이 있다. 사람들에 대한 작은 기사가 모여 있는 페이지를 담당했던 나와 그는 마땅한 뉴스거리가 없는 날이면 특별히 취재를 할 수도 없고 하지 않아도 되는, 해외 영화계 인사의 부고 소식을 기다리곤 했다. 누군가의 죽음이 먼 이국땅의 기자들에게 그렇게 작은 안도감을 줄 수
글: 오정연 │
2006-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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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칼럼있수다] 엄마의 마음은 못 돼도
지난 주말 동생이 아팠다. 나와 그 녀석 둘 다 어디선가 감기를 집어먹고 온 거다. 쿨럭쿨럭 기침을 해대며 시체놀이한 건 마찬가지였는데, 일요일 밤께가 되니 나는 좀 살 만해졌고 녀석은 별반 차도가 없었다. 쌕~ 쌕~. 숨구멍으로 바람 새는 소리 비슷한, 뜻 모를 소리가 수상했다.
아프다는 녀석이 집을 나서기에, 방문만 삐죽 열고 “어디 가는 거냐” 물
글: 김나형 │
2006-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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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어디라도, 여기가 아니라면
이부자리에서 몸을 빼기 전에 천장은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는지. 가을은 온데간데없이 다짜고짜 겨울이니, 출근준비를 하기 위해 이불을 들추는 일이 이렇게 고될 수가 없다. 목도리와 아주 얇지 않은 점퍼를 걸치고 집을 나서면 코가 싸하게 식는 느낌이 든다. 내가 개였다면 젖은 코는 진작에 얼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옷깃을 여미고, 필요 이상으로 어깨를 웅크리면, 지
글: 이다혜 │
2006-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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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그림 감상법
아내의 보스에게 선물을 받았다. 그림이다. 40인치 텔레비전 정도 크기 될까. 기껏해야 그림이라곤 드문 외국 출장 때 미술관에서 사오는 아이 손바닥만한 명화 마그네틱이 전부였으니 호수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장님 코끼리 만지듯 그림을 부여잡고서는 ‘이건 무슨 뜻일까’, ‘저건 무슨 뜻일까’ 보고 있다. 벽에 못 하나 제대로 못 박으니 그냥 소파 위에 올렸다가
글: 이종도 │
200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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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칼럼있수다] 함께한다는 것 혹은 책임진다는 것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 안고 자면 포근하고 베고 자면 편안한 덩치있는 녀석으로. 지나가는 말투로 오랜 숙원을 꺼내놓자 주변에서 하나같이 잔소리를 늘어놨다. 쉽게 말하면, 네가 어떻게 애완동물을 관리하겠냐는 거였다. 내게는 그 사람들의 입에서 생략된 말이 더 크게 들려왔다. 이렇게 정신없는 네가, 네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네가, 바쁠 땐 세끼 밥조차 잊는
글: 장미 │
200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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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칼럼있수다] 당신의 고향은 어딥니까
영화제 때의 부산을 놓치면 후회한다며 L은 나의 손을 이끌었다. 밤이 깊도록 이어진 술자리, 바다가 보이는 파티오에 앉아서도 그는 고향 자랑에 바빴다. 외국서 만난 이들은 서울보다는 부산을 기억한다며 서울은 도시도 아니라고 하는 그를 보며 타향살이가 고단했겠단 생각이 들 즈음 고작 하루 아니면 이틀을 지내러 온 일탈의 도시에서 나는 두고 온 고향, 서울이
글: 안현진 │
2006-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