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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있수다] 엄마의 마음은 못 돼도
김나형 2006-12-01

지난 주말 동생이 아팠다. 나와 그 녀석 둘 다 어디선가 감기를 집어먹고 온 거다. 쿨럭쿨럭 기침을 해대며 시체놀이한 건 마찬가지였는데, 일요일 밤께가 되니 나는 좀 살 만해졌고 녀석은 별반 차도가 없었다. 쌕~ 쌕~. 숨구멍으로 바람 새는 소리 비슷한, 뜻 모를 소리가 수상했다.

아프다는 녀석이 집을 나서기에, 방문만 삐죽 열고 “어디 가는 거냐” 물었다. 숨이 차서 누워 있기 불편하다며 병원에 가겠다고 했다. 천성이 무심한 나는 “같이 갈까?” 건성으로 말을 건넷고, 동생은 예상대로 “괜찮다. 금방 갔다 올게” 라고 했다. 병원에 도착했겠다 싶을 무렵 전화했더니, 동생은 “감기 때문에 온 천식”이라며 “입원해야 할 모양”이라는 의사의 말을 전했다. 그제야 아뿔싸 싶어, 이것저것 동생의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내가 도착했을 즈음에는 상태가 좀 나아진 모양으로, 의사 선생님은 “일단 집에 가되 행여 안 좋으면 다시 오라”고 일렀다. 그렇게 집에 온 녀석은 숙제를 다 못했다며 날이 밝도록 미련을 떨었고, 새벽, 아니나 다를까 증상이 재발, 결국 정녕 입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애가 병원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과, 이것저것 필요한 것이 많을 거란 사실과, 옆에서 지킬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나는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과, 잠을 통 못 잤다는 사실과, 감기가 도로 올라온다는 사실 등등이 뒤섞여, 걱정 1/3과 부담+피곤+짜증+귀찮음 2/3로 머릿속이 다글다글 끓었다. 어머니라면 행여 1초라도 나 같은 생각을 하셨을까 싶었다. 내가 평생을 산들 ‘엄마의 마음’ 같은 걸 품을 수 있을까?

며칠 전, 오랫동안 준비한 일이 결실을 맺었다. 부모님께 소식을 전했더니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전화를 붙들고 끊으실 줄을 몰랐고, 잠시를 못 참고 어머니 옆구리를 찔러 또 전화를 하셨다. 심지어 생각나는 곳엔 모조리 전화를 돌리신 모양으로, 이모, 삼촌, 고모… 도처에서 소식을 들으시고 축하의 전화를 해주셨다.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내 노력이 아니라 그분들의 마음이 그 일을 이루어준 거라는 생각을 했다. ‘엄마의 마음’은 못 되더라도, 적어도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