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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천변풍경
하도 요란을 떨어 지나던 길에 복구된 청계천에 들러보았다. 유체역학적으로 계산해야 할 것은 물의 흐름이 아니라 사람의 파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줄줄이 늘어선 사람들 틈에서 새치기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겨우 틈을 얻어 개울로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간다. 몰려든 인파 때문에 짜증이 나서 그렇지, 도심에서 개울을 본다는 게 썩 나쁘지 않았다.
내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
200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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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독학을 찬양함
나는 학교가 제조해낸 지식인들보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 이윤기 선생 같은 ‘독학자’들을 신뢰한다. 명문대 출신보다는 무명대학 출신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한 사람을 더 평가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그 제도의 정당성에 한번도 의문을 품지 않았거나, 그 제도의 강제성에 한번도 저항한 적이 없는 사람을, 어떻게 독립적인 사고의 소유자라고
글: 최보은 │
200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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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식인종과 강아지 기르기
추석 연휴 때 우연히 위성채널에서 잡힌 <로빈슨 크루소>의 한마디 대사가 강렬하게 가슴을 때렸다. 프랑스식으로 각색한 영화는 이렇게 프랑스적인 화두를 하나 던지고 있다.
“우리는 사랑하니까 그 사람을 먹는 거야. 그의 영혼을, 그의 모든 것을 우리 안에 간직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혼자 생존해온 서양식 자아의 모델인 로빈슨 크루소에게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
글: 오귀환 │
200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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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사이비 에로틱
대통령의 연정 제안이 때아닌 ‘사랑’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대통령의 구애는 소수 야당들을 향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거대 야당쪽으로 돌아섰다. 과거도 묻지 않고, 성격도 가리지 않고, 아담 사이즈에서 풍만한 글래머까지 닥치는 대로 덤벼드는, 그리스 신화의 사티로스를 연상시키는 왕성한 정력이다. 이런 대통령의 난봉질에 여론의 눈이 곱지 않다.
개혁적 매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신용호 │
200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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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송년 편지
여느 해와 다름없이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아주 익숙한 기호들이 12월을 메우고 있습니다. 자선냄비, 캐럴송, 플래스틱 크리스마스 트리, 한두어개쯤 얻은 새해 달력… 그리고 송년회에 참석하라는 전화들…. 올해는 유난히 송년회가 많은 한해인 것 같습니다. 내 수첩에만 해도 작년 12월보다는 한결 많아진 송년회 약속들이 적혀 있습니다. 거기엔 몇 가지
199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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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조까
언제나 그렇듯 지난 한해도 몇몇 사람들을 새로 만났지만 놈을 만난 건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희한한 경우임에 틀림없다. 워낙 유명한 놈인지라 만나기 전부터 놈에 대해 웬만큼은 알고 있었다. <딴지일보>라는 희한한 물건 덕에 갑자기 유명해진 놈은 온갖 매체에 인터뷰가 실리고 있었고(온갖 매체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고 있었고) 나는 늘 인터뷰 사진 속
글: 김규항 │
199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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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진심은 최고의 정치행위다!
분하다. 본의 아니게 노무현에 대해 “왕이기를 거부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찬사와 “국민은 젖달라고 하는데 대통령은 책 읽어준다”는 비판 사이에서 오래 헷갈렸었다. 다 내 머리를 믿지 않고, 그놈의 정치권이니 언론이니 하는 구닥다리 ‘게이트 키퍼’들을 의지한 탓이다.
대연정 발언 시리즈 와중에 문득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하나도 불안하지 않다는
글: 최보은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
200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