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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칼럼있수다] 백발의 평기자
어느 날 잡지 밥을 8년째 먹고 있는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계속 평기자로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게 웬 자다 남의 다리 긁는 소리냐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 경쟁지에 있을 때 자기 얼굴에 침 뱉어가며 불만을 털어놓던 우리였다. 만성피로와 매너리즘 사이에서 한창 정신이 오락가락했을 땐 ‘언제쯤 이 짓을 그만두나’ 부질없는 모색만 일삼
글: 신민경 │
200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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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신인류가 왔다
김연아가 프리 종목 연기를 펼치기 직전, 한국의 해설자는 “잘 싸워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잘 싸우긴 뭘 잘 싸워. 누가 들으면 아사다 마오랑 머리채 붙잡고 얼음판 레슬링이라도 하는 줄 알겠네. 항전의 부르짖음이 해설로 깔리는 동안 김연아는 멋지게 경기를 마무리했고, 두번이나 넘어졌는데도 싱글벙글이었다. ‘금메달을 못 받아서 조국과 엄마에게 죄송스럽다
글: 김도훈 │
2007-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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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섀도 스포츠
언제부턴가 회사에서 섀도 스포츠를 즐긴다. 섀도 스포츠가 뭐냐고. 상대가 없어도, 도구가 없어도, 즐길 수 있는 가상의 놀이다. 주변 환경은 나쁘지 않다. 회사 천장이 낮은 편인데 배구 네트로 생각하고 붕 날아서 스파이크를 날릴 수 있다. 기분이 그만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물론 그런 격렬한 움직임은 자제한다. 회사를 방문한
글: 이영진 │
200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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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칼럼있수다] 우리는, 희극지왕
<희극지왕>의 주성치는 엑스트라다. 연기를 하고 싶어 영화촬영현장을 기웃대지만 겨우 들어온 총맞아 죽는 사제 역할을 연기하면서 과욕을 부린 탓에 도시락도 못 얻어먹고 현장에서 쫓겨난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는 법이 없어 엑스트라 담당이 욕을 할 때까지 전화를 하고, 동네 사람들을 끌어모아 공연을 준비한다. 어느 날, 술집 접대부로 일하는 장백지가
글: 이다혜 │
200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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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주입식 인생, 주입식 몽타주
아이는 울면서 뛰쳐나오고, 엄마는 무엇에 그렇게 화가 났는지 딸의 손을 거칠게 잡아챈다. 노파는 덜컹거리는 경운기 뒷자리에 앉아있다. 짚단이 가득한 경운기를 모는 것은 아들일까, 가는 길에 그녀를 모셔다주는 동네 아저씨일까. 소년과 소녀가 산 속 어딘가로 향한다. 서두름을 감추려 씩씩함을 가장한 건지 소녀의 손을 잡고 앞선 소년의 어색한 걸음걸이. 아마도
글: 오정연 │
200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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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오픈칼럼] 함께 맞는 비
3천원짜리 쿠폰과 경품 이벤트에 눈이 멀어 <처음처럼>을 샀다. 신영복이 쓰고 그린 <처음처럼>은 생각보다 크고 무거웠지만, 조그만 검은색 노트가 함께 들어 있어서 용서가 되었다. 책보다도 노트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매끄러운 미색 종이가 예뻐서 만지작거리다가 예전에 좋아했던 글을 발견했다. <함께 맞는 비>라는 제목만 보
글: 김현정 │
20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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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칼럼있수다] 오타쿠의 조건
오타쿠들이 많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 오타쿠 자체가 하나의 문화권력으로 작용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수들이 존재하고 또 그 취향을 존중해주는 사람들로 구성된다면 세상이 꽤 즐거울 거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내가 오타쿠란 뜻은 아니다. 오타쿠가 되기엔 내 열정은 작심삼일인데다 게으르기 짝이 없으며, 뭔가를 수집하려는 욕구도 없다. 정작
글: 신민경 │
2007-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