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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몸 계급
2004년 제작된 김정화, 공유 주연의 <그녀를 모르면 간첩>은 증후적 독해를 요하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사회의 주요 모순과 북한을 대체하는 새로운 타자(他者)의 등장을 보고한다. 패스트푸드점에 위장 취업한 얼짱 간첩에게 남한 청년이 사랑을 고백한다. 곤란해진 간첩이 “실은, 나 북에서 왔어”라고 털어놓
글: 정희진 │
200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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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불만의 화학적 변화
‘정당하게 분노하라.’
그러면 모든 게 다 되는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세상을 바르게 사는 셈이고, 당연히 세상도 좀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노동자들이 대형 크레인에 올라가 항의할 때 ‘고공농성’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 무렵이고, 농민들이 쌀수입 개방문제 때문에 경운기를 몰고 서울로 향하는 모습에 심정적으로 깊이 기울어졌던
글: 오귀환 │
200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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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이미지의 정치
가장 오래된 이미지의 기억들이 있다. 세살 때 봤던 김포공항 상공 위의 불꽃놀이의 영상, 산타클로스로 변장한 미군 병사가 과자를 나눠주던 모습, 거적때기 위에 앉아 구경하던 유랑극단의 공연. 하지만 내가 실제로 봤다고 믿는 이미지들 중에는 정체가 수상한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동네에 살던 무당이 굿을 하는 장면. 내 기억 속의 그녀는 무릎 아래가
글: 진중권 │
200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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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곰신’과 국가 안보
얼마 전 연애가 시민권, 국가 안보와 연결된 사안임을 시사하는 ‘중대한’ 사건이 보도됐다. 육군 제20사단 예하 백마부대는 ‘사회’(군대는 사회가 아닌가?)에 애인을 두고 온 장병들이 전역 때까지 ‘곰신’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여, 군 복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애인 상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인품있는 병사의 상담병 지정, 심야에 애인과 통화가 가능한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
글: 정희진 │
200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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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필립 K. 딕에서 배우는 인류의 운명, ‘NEXT’
천재적인 SF작가 필립 K. 딕의 단편소설 하나가 또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1954년에 발표한 소설 <골든맨>(The Golden Man)을 니콜라스 케이지가 제작자 겸 주연배우로 나서 <넥스트>(Next)라는 타이틀로 내년 2007년에 개봉한다는 것이다.
벌써 8번째 영화가 아닌가? 1982년 죽을 때까지 자기 소설이
글: 오귀환 │
200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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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이미지의 마법
황우석 사태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가지 분석이 나왔지만, 그가 사용한 이미지 전략에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시도는 아직 없었다. 사실 황 박사가 몰락 이후에도 여전히 누리고 있는 대중적 인기는 그의 이미지 기법의 덕이다. 이미지 자체가 애초부터 마법을 위한 것이었고, 마법을 믿지 않는 시대에도 여전히 이미지에는 가상을 현실로 뒤바꾸어놓는 마력의 잔영이 따라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
200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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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최연희 의원과 ‘훼손된 꽃’
“여성은 꽃이다.” 이 말은 성희롱일까, 아닐까? 이제까지 ‘의식있는 여성’들은 “여성은 꽃이 아니라 인간이다!”고 대응해왔다. 그러면, 남성들은 “꽃이 아름답잖아, 아름답다는데 뭐가 문제야? 그리고 누가 인간 아니래?” 이처럼, “꽃”에 흥분하는 여성은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고 지나치게 예민해 보이지만, 남성의 말은 반박의 여지없이 ‘합리적’으로 들린다
글: 정희진 │
200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