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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밋밋한 자유 구속된 박진감
18살 큰아이가 어릴 적부터 품어온 한결같은 소망은 개를 키우고 싶다는 거였다. 6살 막내 녀석까지 가세해 “개 키우고 싶어~” 노래를 불러댔다. 나는 단호했다. 아빠도 개를 좋아하지만 아파트에서 키우는 건, 사람에게도 개에게도 못할 짓이라며 설득을 이어갔다. 직업의 이유도 있었다. 피와 땀이 밴 소중한 필름더미들 사이로 개털이 날아다니는 건 아니 될 일
글: 노순택 │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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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돌아보겠다
지금 그녀는 어떤 언론사의 사진기자다.
11년 전엔 사진을 공부하는 새내기 학생이었다. 2006년 5월 4일, 초대형 미군기지를 짓기 위해 먹구름처럼 몰려든 공권력이 평범한 농촌마을 대추리를 에워싸고 중장비를 동원해 학교와 집들을 부수며 진격해오던 ‘행정대집행의 날’, 그는 거기에 있었다. 사진 전공생이었지만 사진을 찍는 대신 친구들과 스크럼을 짠 채
글: 노순택 │
2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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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사진작가를 구속하라!
2011년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은 취임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 이명박의 장래희망이 사진작가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대통령의 희망도 사진작가일지니 회원들은 자부심을 품고 분발하라’는 취지였다. 이사장이 직접 들은 말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었다. 2009년 3월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명박은 인도네시아 순방 기자간담회에서 “은퇴
글: 노순택 │
201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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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해고의 회고
자식을 키우는 심정은 누구나 같겠지만, 누구나 같을 수는 없다. 아이들은 그저 ‘통칭’할 수 있는 동일성의 무리가 아니라, 이루 간파하기 어려운 개별자들이다.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형제자매조차도 다르다. 너무 다르다. 4남매로 클 때는 몰랐는데, 아이들을 18년째 키우면서 그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부모를 바라보는 심정은 누구나 같겠지만, 누구나 같
글: 노순택 │
201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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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절망의 눈앞
결국, 그렇게 되고 말 것이라는 걸 몰랐을까. 모를 리 없었다. 그것은 어쩌면 뻔한 미래였으니까. 강자는 언제나 약자를 이겨왔다. 그들의 다른 이름은 승자였고, 약자는 패자였다. 번번이 그래왔다. 꾸준히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싸움은 왜 반복되는가. 왜 이어지는가. 왜 멈추지 않는가. 강자는 이김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데, 약자는 짐의 역사에서 왜
글: 노순택 │
20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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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분노의 뼁끼칠
다섯달에 이르는 ‘박근혜퇴진 광화문 캠핑촌’의 험난했던 농성투쟁은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들의 결의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블랙리스트 비정규직 노동자/해고노동자와 함께 도모한 일이었고, 장기농성에 ‘단련된’ 노동자들이 아니었다면 단 며칠을 버티기 힘든 투쟁이었다. 단련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그 말은 틀렸다. 겪어보니 그것은 단련될 수 없는 일이었
글: 노순택 │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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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기타리스트 김경봉
그는 평범한 노동자였다.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였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타의 세계에선 명품으로 통하는 고급 브랜드 기타를 OEM으로 만들던 노동자, 기타 만드는 일로 잔뼈가 굵은 그이가 어느 날 기타의 선율에 홀딱 빠져 기타리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영화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하지만 그에게 날아온 건 해고 통지였다.
음악을 사랑하노라 떠
글: 노순택 │
2017-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