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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기호놀이
어릴 때 수학을 잘하지 못했지만(이라고 에둘러 표현해본다. 엄밀하게 따지면 수학은 낙제 수준!) 수학책 보는 건 좋아했다. 거기엔 숫자와 도형이 많아서 보고 있으면 암호문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그걸 계속 들여다보기만 해도 세상의 비밀을 알아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서는 표지판이나 그래피티나 도시 속 기호를 보는 걸 좋아했다. 낯선 나라의
글: 김중혁 │
일러스트레이션: 비올라 │
201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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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팀원들에게
연말의 가장 재미있는 볼거리는 SBS의 <가요대제전>이었다. 진행 미숙과 마이크 사고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고 하는데, 글쎄, 인간이 사회를 보는 거니까 실수를 하는 거고, 가끔 마이크가 안 나올 때도 있는 거지. 중요한 점은 어떤 공연을 하고 싶었냐는 것이다. 아이돌 그룹을 이리저리 뒤섞어서 네개의 새로운 팀으로 만드는 시도도 새로웠고, 장르를
글: 김중혁 │
일러스트레이션: 비올라 │
201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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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즐겁게, 즐겁게
시간은 참 빠르다. 또 느리다. 때론 덧없고, 때로는 지겹다. 어떤 시간은 흐려지고, 어떤 시간은 또렷해진다. 그런 시간을 걸어와서 여기에 이르렀다. 어떤 시간은 봉우리가 되었고, 어떤 시간은 깊이 패어 있다. 돌아보면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꽤 많다. 높아서 보이지 않고 패여서 보이지 않는다. 연말이 되어 송년회를 하고, 한해를 되돌아보는 이유는 그런 시간
글: 김중혁 │
일러스트레이션: 비올라 │
201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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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밤의 초능력
어린 시절부터 심각한 야행성이었다. 오후와 저녁 내내 멍하니 지내다가도 자정을 넘기면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고 손끝의 감각이 되살아나면서, 밤의 괴물로 변신했다. 밤의 괴물이 되어서도 하는 일은 별로 없다. 밖으로 나가서 누군가를 물어뜯거나 하는 일은 없고, 방에 혼자 앉아 손톱을 물어뜯으며 수선스럽게 이런저런 일들을 한다. 음악을 듣다가 책을 보다가 글을
글: 김중혁 │
일러스트레이션: 비올라 │
201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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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존재의 중력에 대하여
유독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들이 있다. 혈혈단신으로 버려진 한 사람이 거친 세상을 뚫고 나가는 이야기만 읽으면, 나는 울컥한다. 아버지나 어머니나 가족 누군가를 찾으러 떠났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신나게 노는 이야기를 읽으면, 흐뭇해진다. 각지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버리고 정의를 위해 뭉치는 이야기를 읽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런 이
글: 김중혁 │
일러스트레이션: 비올라 │
201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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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페퍼톤스의 신보 ≪Open Run≫의 재킷을 한참 들여다본 뒤에야 그 이미지가 비행운이라는 걸 알았다. 컴퓨터그래픽인지 실제 사진과 배경을 합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둠 속의 비행운을 한참 동안 보고 있자니 현실에서 그런 장면을 보고 싶었다. (불가능하겠지만) 완벽한 어둠 속에 누워서 뭉게뭉게 피어나는 하얀 비행운을 한번쯤 보고 싶었다. 앨범 속 노래처럼
글: 김중혁 │
일러스트레이션: 비올라 │
201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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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노래가 만들고 싶을 때
한가한 시간은 언제쯤 찾아오는 것일까? 하던 일을 재빨리 마무리 짓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된다. 아, 생각보다 간단하군요. 그럼요, 간단하고 말고요. 참, 말이 쉽다. 한가한 시간은 쉽게 찾아오는 법이 없다. 하던 일이 끝날 때쯤이면 숨어 있던 일이 모습을 드러낸다. 두더지들처럼, 아무리 뿅망치를 내리쳐도 끊임없이 올라온다.
일의 진공 상태,
글: 김중혁 │
일러스트레이션: 비올라 │
2012-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