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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새로운 유물론으로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싸운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그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까까머리 시절 300원짜리 삼중당문고로 읽었던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이다. 35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을 보니, ‘아브락사스’라는 말이 꽤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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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시각성의 광기
마틴 제이의 <모더니티의 시각 체제들>이라는 에세이를 읽었다. 그가 시각에 ‘체제’(regime)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우리 시각(vision)이 그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나 역사적/사회적 담론의 산물인 ‘시각성’(visuality)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리라. ‘시각성’은 특정한 시기에 주체와 권력이 형성되는 과정과 하나가 되어, 그 자체가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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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죽음의 충동
라캉의 세미나 11번째 책 <자크 라캉 세미나11: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을 읽다가 다시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1533)과 맞닥뜨렸다. 이 작품은 영국 헨리 8세의 궁정에 프랑스 대사로 와 있던 장 드 댕트빌과 라보르의 주교였던 조르주 드 셀브의 더블 초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종류의 더블 초상을 미술사에서는 ‘우정의 그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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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다큐멘터리의 종언
프랑스의 작가 뤽 들라예는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는 포토저널리스트다. 80~90년대만 해도 그는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유고슬라비아, 르완다, 체첸 등 전장을 돌아다니며 매그넘과 <뉴스위크>를 위해 보도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그는 전쟁의 참상을 대형이나 중간 포맷의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그렇게 큰 촬영장비는 물론 전장의 급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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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무한히…
“이 영지주의자들 한 사람에게 가시적 우주는 환영 혹은 궤변에 불과했다. 거울과 부성(父性)은 혐오스럽다. 그것들은 이 궤변을 증식하여 산포하기 때문이다.” 보르헤스의 단편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1940)에 등장하는 인용문이다. 물론 이는 존재하지 않는 해적판 백과사전에서 가져온 사이비 인용이다. 아무튼 거울에 사물이 비치는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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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최초의 컴퓨터 예술가, 최후의 공산주의자
12월18일 컴퓨터 예술의 선구자인 가와노 히로시 선생이 작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컴퓨터가 아직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던 시절에 그 거대한 계산기로 그림을 그린다는 발상을 한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이 벌써 몇달 전의 일. 그래도 돌아가시기 전에 한두번은 더 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은 그것을 기다려주지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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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우리가 잃어버린 것
“민중의 노랫소리가 들리는가? 성난 사람들의 노래가. 그것은 또다시 노예가 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음악이다. 너의 심장소리가 북소리가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오면 시작되려는 삶이 있다. 너는 우리의 십자군에 동참하려는가. 누가 강한 의지로 내 옆에 서겠는가? 저 바리케이드 너머 어딘가에 우리가 보고 싶은 세상이 있을까? 그럼 이 싸움에 동참하라. 이 싸움이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3-01-11